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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EV vs ICE, 2025 슈퍼카 5대 빅매치

전동화 혁신과 내연기관의 마지막 불꽃, 기록 너머의 이야기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09-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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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극소량 하이퍼카 징거 21C V맥스 사진=징거이미지 확대보기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극소량 하이퍼카 징거 21C V맥스 사진=징거

전기차(EV)가 순간 토크와 전자제어로 성능의 룰을 다시 쓰고 있지만, 내연기관(ICE) 슈퍼카들은 여전히 순수한 기계적 쾌감과 기록으로 맞서고 있다. 2025년, 가장 빠른 EV 10대와 ICE 슈퍼카 10대가 각자의 무기를 들고 격돌한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EV vs ICE 대결 구도로 10쌍을 구성, 단순 제원 이상의 의미를 짚어본다.

(좌) 아스파크 아울 (우) 코닉세그 게메라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좌) 아스파크 아울 (우) 코닉세그 게메라 사진=각사

1라운드: 절대 제로백의 왕좌

일본 오사카의 스타트업 아스파크가 내놓은 아울은 처음 발표 당시만 해도 ‘컨셉카 수준의 허풍’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10년이 채 안 돼 현실로 옮겨졌고, 이제는 1.72초라는 제로백(0-시속100km 가속 시간) 기록을 공식화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반열에 올랐다. 단 50대만 한정 생산되고, 가격은 300만 달러(한화 약 40억5000만원)를 웃돈다. 일본식 장인정신과 하이테크 전동화가 결합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하이퍼카의 무협지”는 평가까지 따라붙는다.

이에 맞서는 ICE(Internal Combustion Engine, 내연기관 자동차) 진영의 주자는 스웨덴의 괴물, 코닉세그 게메라다. 전통적인 2인승 하이퍼카 공식에서 벗어나 4개의 좌석을 넣은 이 차는 ‘가족도 태울 수 있는 하이퍼카’라는 역설적인 존재로 주목받았다. 창립자 크리스티안 폰 코닉세그는 “아이들과 함께 서킷을 달리는 순간을 꿈꿨다”고 밝힌 바 있다. 전동화의 전면전 속에서 내연기관이 어떤 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좌) 리막 네베라 R, (우) 부가티 투르비용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좌) 리막 네베라 R, (우) 부가티 투르비용 사진=각사

2라운드: 크로아티아 신흥강자 vs 프랑스 전통 명가

리막 네베라 R은 크로아티아라는 자동차 변방에서 탄생한 기적 같은 모델이다. 20대 청년 마테 리막이 창고에서 실험을 시작한 지 불과 십수 년 만에, 부가티를 제치고 세계 최강 전기 하이퍼카 브랜드로 떠올랐다. 1.74초라는 기록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한 국가의 자동차 산업 지형을 바꿔버린 상징적 사건이다.

맞수는 부가티 투르비용. 이번 신차는 전통의 쿼드터보 W16 대신 새롭게 개발된 V16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었다. 부가티가 ‘터보’를 버린 건 이번이 처음인데, 대신 엄청난 세공 기술과 예술적 디테일을 무기로 내세웠다. “가격을 물어본다면 이미 살 수 없는 차”라는 부가티의 오랜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리막과 부가티가 지금은 파트너 관계이지만, 여기서는 미래와 전통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좌)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우) 페라리 F80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좌)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우) 페라리 F80 사진=각사

3라운드: 이탈리아 전설의 귀환

피닌파리나 바티스타는 이탈리아 디자인 하우스가 처음으로 내놓은 순수 전기 하이퍼카다. 150대 한정으로 이미 완판됐고, 차체 곳곳에는 피닌파리나가 과거 페라리와 함께 빚어낸 명작들의 흔적이 묻어난다. 이름 ‘바티스타’ 자체가 창립자의 이름을 기리기 위함이다. 전기차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역사와 감성까지 계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에 맞서는 페라리 F80은 전통 마라넬로의 철학을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V12를 고집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V6로 방향을 틀었지만, 한정 생산과 고가 정책으로 ‘소수의 전유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 2026년 초도 물량이 인도될 예정인데, 이미 전량 예약이 끝났다는 점에서 페라리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함을 증명한다. 둘의 디자인은 꽤 닮아 있지만, EV와 ICE라는 속내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

(좌) 루시드 에어 사파이어 (우) 쉐보레 콜벳 ZR1X 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좌) 루시드 에어 사파이어 (우) 쉐보레 콜벳 ZR1X 사진=각사

4라운드: 미국의 자존심 대결

루시드 에어 사파이어는 ‘실리콘밸리의 테슬라 대항마’라는 꼬리표를 넘어, 이제는 미국 럭셔리 EV 세단의 절대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1.89초라는 제로백 기록을 세단 차체에서 뽑아내며, 일상성과 극한 퍼포먼스를 동시에 증명했다. 미국 전기차의 새로운 자존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는 쉐보레 콜벳 ZR1X. 미국 스포츠카의 아이콘이자 대중적 접근성을 가진 브랜드가 만든, 가장 극한의 ICE 버전이다. 20만 달러 초반이라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은 하이퍼카 시장에서 이례적이다. 루시드가 신흥 부호를 겨냥한다면, 콜벳은 여전히 “슈퍼카를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이라는 매력을 무기로 한다.

(좌) 테슬라 모델 S, (우) 징거 21C 맥스 사진=각사 이미지 확대보기
(좌) 테슬라 모델 S, (우) 징거 21C 맥스 사진=각사

5라운드: 대중성과 희소성의 충돌

테슬라 모델 S 플래드는 EV가 주류로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2초 미만 제로백을 ‘가족 세단’에서 구현한 것은 자동차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모델 S는 이미 10년 넘게 생산되며, 전동화 대중화를 상징하는 차로 남았다.

반면 징거 21C V맥스(Czinger 21C VMax)는 로스앤젤레스의 스타트업이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극소량 하이퍼카다. 생긴건 전기차 같지만, 2.88리터 트윈 터보 평면 크랭크 V8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1250마력을 발휘한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조종석 같은 1+1 시트 배치. 마치 전투기를 연상케 하는 구조로,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하이퍼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 자체에 도전한다. 같은 미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한쪽은 대량 생산된 세단, 다른 한쪽은 실험적 조형물이라는 극단적 대비가 흥미로운 부분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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