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면서, 야심차게 '완전 자율주행'(FSD) 패키지를 중국 시장에 선보인 테슬라가 출시 직후부터 강력한 규제 장벽에 부딪히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21일(현지시각) 텔레매틱스와이어가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 2월, 최신 하드웨어인 '하드웨어 4.0'(HW4)을 위한 FSD 소프트웨어를 중국에서 출시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나, 곧바로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의 업데이트된 엄격한 규제 요건에 따라 출시를 일시 중단해야 하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MIIT는 지난 16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긴급 회의를 소집하여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도입 과정에서의 안전 강화와 감독 강화를 목표로 하는 일련의 엄격한 규정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자율주행 관련 사고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증폭되면서, 중국 정부가 기술 발전의 속도보다는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타 테스트 전면 금지, 마케팅 용어 제한
새로운 규정의 핵심 내용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그동안 기술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졌던 '선구자 사용자' 대상의 베타 테스트 프로그램이 전면 금지된다는 점이다. 이는 초기 사용자들의 실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왔던 기존 방식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앞으로 모든 공개 테스트는 정부 공식 승인을 거쳐야만 진행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실질적인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에 상당한 제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케팅 영역에서도 강력한 제한이 가해진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광고 캠페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어에 엄격한 제약을 받게 된다. 더 이상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지능형 주행(Intelligent Driving)'과 같은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과장된 표현은 사용할 수 없으며, 'L(숫자) 보조 주행(L(Number) Assisted Driving)'과 같이 기술의 실제 수준을 보다 명확하게 나타내는 보수적인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오해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이다.
운전자 개입 없는 기능 금지, OTA 업데이트도 제약
운전자의 직접적인 감독 없이 작동하는 자동 발렛 파킹이나 원격 호출과 같은 편의 기능 역시 MIIT에 의해 명시적으로 금지됐다. 정부는 이러한 기능들이 운전자의 충분한 주의나 안전 확보 없이 작동될 경우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 운행을 위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한 규정도 강화됐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은 항상 활성화되어야 하며,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행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야 한다. 만약 손을 뗀 상태가 60초를 초과할 경우, 시스템은 즉시 감속, 비상등 점등, 그리고 최종적으로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등 적극적인 위험 완화 조치를 자동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는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중요한 안전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 보편화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방식에도 제동이 걸렸다. MIIT는 그동안 빈번하게 이루어졌던 OTA 업데이트 배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새로운 규정은 이러한 업데이트 횟수를 줄이고, 안전과 직결되는 긴급 업데이트의 경우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의 엄격한 승인을 거쳐 리콜 절차에 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안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 냉담, 자율주행 선두 기업에 '경고등'
이러한 갑작스럽고 강력한 규제 변화에 대해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시장 선점을 노려왔던 화웨이(Huawei), 샤오펑(XPeng), 리 오토(Li Auto), 니오(NIO) 등 중국 토종 전기차 기업들이 이번 규제 강화로 인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도입에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규제 환경에 더 잘 적응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규제 발표 이후 중국 주식 시장의 자동차 관련 주식들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베이징자동차(BAIC) 주가가 약 7%, 세레스(Seres) 주가가 5% 이상 급락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는 시장이 이번 규제 강화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새롭게 수립한 엄격한 규제 체계는 중국 자동차 산업, 특히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처럼 까다로운 규제 환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따라 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방향과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이번 중국 시장 경험은 빠르게 변화하는 규제 환경 속에서 첨단 기술 혁신과 규제 준수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 연구로 남을 것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