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이 중국산 승용차 및 소형 트럭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승용차 및 소형 트럭 타이어에 대한 전격적인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현지시각) 말레이메일이 보도했다. 이미 중국산 버스 및 트럭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시행 중인 EU가 승용차 부문까지 조사를 확대하면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타이어 기업들에 대한 유럽 업계의 불만이 결국 통상 분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180억 유로(약 28조 원) 규모 거대 EU 승용차 타이어 시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1일, 유럽 타이어 업계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중국산 승용차 및 소형 트럭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유럽 내 14개국에서 약 7만5000천 명을 고용하고 있는 유럽 타이어 업계는 "중국산 타이어가 "비현실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덤핑 수입되고 있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중국 기업들의 불공정 무역 행위가 유럽 내 생산 기반과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산 승용차와 경트럭용 타이어 수입에 대해 반덤핑 조치가 타당한지 평가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중국산 타이어의 덤핑 여부와 이로 인해 EU 타이어 산업이 입은 실질적인 피해 또는 피해 위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조사 결과 덤핑 사실이 입증되고 그로 인한 피해가 명확히 드러날 경우, EU는 중국산 수입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는 EU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함께 고려될 예정이다.
이번 반덤핑 조사는 통상적으로 최대 14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덤핑과 그에 따른 피해가 잠정적으로 확정될 경우, 8개월 이내에 잠정적인 반덤핑 조치가 부과될 수 있다. 이는 조사 기간 동안에도 유럽 시장으로 유입되는 덤핑 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EU가 이미 중국산 버스 및 대형 트럭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승용차 타이어에 대한 조사 역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중국 타이어 기업들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양측의 통상 관계에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지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타이어 생산 분야에서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어왔다. 2000년 1억2000만 개 수준이던 중국 타이어 생산량은 2014년 11억2000만 개를 돌파하며 10배 가까이 성장했고, 2006년부터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타이어 생산국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타이어 10개 중 3개는 중국산일 정도로 그 영향력은 막대하다.
글로벌 타이어 시장은 미쉐린(프랑스), 브리지스톤(일본), 굿이어(미국)가 굳건한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그 뒤를 쫓는 중국 기업들의 약진 또한 눈부시다. 중국 최대 타이어 업체인 중처고무(中策橡胶, ZC Rubber)는 2021년 기준 글로벌 매출 순위에서 한국타이어에 이어 세계 8위에 이름을 올리며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중처고무 외에도 글로벌 타이어 75대 기업 중 약 40%에 해당하는 30개 기업이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대만 기업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이들 중국 타이어 기업들은 막대한 생산량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 특히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기술 투자와 품질 향상에도 힘쓰며 중고급 시장으로의 진출까지 모색하는 등 글로벌 타이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확장은 유럽, 미국 등 전통적인 타이어 강국들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번 EU의 반덤핑 조사는 이러한 위협에 대한 방어적인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