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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중국, 전기차 넘어 자율주행도 패권 도전.. 미국과 '2차전'

BYD '신의 눈'으로 테슬라 맹추격.. 정부 지원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 초고속 성장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5-2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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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연기관차 시장을 지배했던 유럽, 북미, 일본 등 전통의 자동차 강국들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중국이 전기 자동차(EV) 시장에서 압도적인 속도로 글로벌 선두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빠른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제 중국은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 기술이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과 치열한 시장 선점 쟁탈전을 벌이며 글로벌 모빌리티 패권을 향한 '2차전'을 선포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강국들 누르고 EV 선두 도약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전기차 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막대한 보조금 지급, 충전 인프라 확충, 그리고 전기차 구매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통해 세계 최대의 전기차 내수 시장을 구축했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BYD, 지리(Geely), 체리(Chery), 창안(Changan) 등 수많은 중국 토종 전기차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중국 기업들은 단순히 내수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진출하며 기존 자동차 강국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등록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하는 등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유럽, 일본, 한국,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2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단순히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혁신적인 기술 도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BYD, 테슬라 꺾고 세계 1위 기업 등극

중국 전기차 시장의 약진을 이끄는 대표 주자는 단연 BYD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BYD는 2025년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BEV) 시장에서 15.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2.6%를 기록한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시장에서는 무려 38.7%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독보적인 선두를 유지했다. BYD는 BEV와 PHEV를 모두 아우르는 광범위한 라인업과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음을 입증했다.

BYD 외에도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지리자동차(Geely)는 지리 갤럭시(Geely Galaxy) 라인업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1분기 글로벌 BEV 시장에서 6.9%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리 싱위안(Geely Xingyuan)과 지리 갤럭시 E5(Geely Galaxy E5) 모델은 2025년 1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443%라는 경이로운 판매량 증가율을 기록하며 지리의 성장을 견인했다. SAIC-GM-Wuling은 6.6%로 4위, Xpeng(샤오펑)은 3.5%로 6위, 그리고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단 한 가지 모델(SU7)만으로 2.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8위에 진입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기세가 무섭다.

반면, 한때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테슬라는 유럽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은 2025년 4월까지 전년 대비 38% 이상 감소했으며, 특히 4월 한 달간은 46.2%나 급락했다. 모델 Y의 판매량은 무려 51.1%나 급감하며 테슬라의 유럽 시장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론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와 노후화된 모델 라인업, 그리고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가 테슬라의 판매 부진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리 싱위안(Geely Xingyuan)이미지 확대보기
지리 싱위안(Geely Xingyuan)


자율주행 분야서 테슬라 등 미국기업과 경쟁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중국은 이제 다음 목표로 자율주행 기술을 지목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운전의 편의성을 넘어, 물류, 대중교통, 스마트 도시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혁신할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누가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하고 상용화하느냐에 따라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권이 결정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국은 이 분야에서도 미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컨설팅 회사 시노 오토 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설립자 투 레(Tu Le)는 "누가 (자율주행 경쟁에서) 이기고 있냐고 묻는다면, 얼마나 많은 자동차가 판매되고 있는지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것이 숫자 게임이라면,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알고리즘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다시 지적해야 하기 때문에, BYD가 모든 차량에 이를 표준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BYD가 승리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기업들


미국은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 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완전 자율 주행(Full Self-Driving, FSD) (감독)' 시스템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비록 NHTSA(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조사와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테슬라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테슬라는 오는 6월까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무인 차량 호출 서비스 '사이버캡(Cybercabs)'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자율주행차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페달이나 스티어링 휠 없이 미국 도로를 주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규제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는 수년간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가장 앞선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를 확장하며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연례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최첨단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를 차량에 통합한다고 발표하며, 볼보와 협력하여 제미나이 기반의 AI 운전자 보조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너럴 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Cruise) 역시 한때 로보택시 시장을 선도했으나, 최근 안전 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의 복잡성과 도전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웨이모 자율주행 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웨이모 자율주행 자동차


중국 기업들, 자율주행 분야서도 초반 우위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대한 데이터 축적량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 군대'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자동차 산업에 투입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초반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BYD는 지난 1월 21개의 신차 모델에 고객에게 추가 비용 없이 '신의 눈(God's Eye)' 고급 주행 시스템을 배포할 계획을 공개하며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었다. 이는 자동 비상 제동,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운전자 주의 및 잠재적 충돌 모니터링과 같은 기술을 포함하며, 완전 자율 주행 차량의 선구자로 간주된다. BYD는 자사의 모든 차량에 이 시스템을 표준으로 적용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알고리즘을 개선하여 경쟁 우위를 점하려 한다.

중국 최대의 로보택시 운영업체이자 구글의 라이벌로 불리는 바이두(Baidu)는 가장 유력한 경쟁자 중 하나다. 바이두는 지난 1월, 지난해 4분기 아폴로 고(Apollo Go) 차량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110만 회 운행을 기록했으며, 누적 운행 횟수는 900만 회 이상이라고 밝혔다. Pony.ai와 위라이드(WeRide)와 같은 다른 로보택시 기업들도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제조 허브인 선전(Shenzhen)에 본사를 둔 화웨이도 또 다른 핵심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통신 그룹인 화웨이는 직접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은 없지만,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지배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투 레는 "화웨이는 칩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인포테인먼트를 구축하고,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완전히 수직적으로 이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중국 정부는 로봇 개발을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하며, 향후 몇 년간 로봇 연구개발에 1370억 달러(약 188조2000억 원)를 배정했다. 모건 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기업의 52%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30년까지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120억 위안(약 2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GGII는 올해에만 중국 전역에 1만24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배치될 것으로 추산한다.

벤츠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 자동차이미지 확대보기
벤츠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 자동차


유럽, 일본, 한국 기업들도 기술 개발 박차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들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인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을 상용화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BMW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도 각자의 전략에 따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스위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그룹 오토폼(AutoForm)의 중국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프 베버(Christoph Weber)는 독일의 폭스바겐이 미중 무역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자율주행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폭스바겐은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발전에 허를 찔렸으나, 이제 중국과 미국에 각각 별도의 기술 플랫폼, 공급망, 연구 개발 팀을 갖춘 '두 회사' 전략을 통해 분열된 지정학적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토요타는 '가디언(Guardian)'과 '쇼퍼(Chauffeur)'라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혼다 역시 일본 내에서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신중하지만 꾸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과 협력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HTWO)과 같은 미래 기술과 연계하여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자율주행 시장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자율주행 시장의 미래는 밝지만, 동시에 수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물류 및 운송 차량이 더 안전하고 저렴하며 효율적인 자율주행 차량을 채택함에 따라 수천억 달러의 잠재적인 새로운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로보택시 시장의 가치가 2025년 5400만 달러에서 2035년 47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는 하드웨어와 알고리즘 비용의 감소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능형 주행 차량의 단가는 현재 4만4000달러에서 2035년 3만200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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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에는 여전히 난관이 많다.

IDTechEx의 기술 분석가 시하오 푸(Shihao Fu)는 중국 내 신차 판매의 최대 10%가 'L2 플러스 또는 L3 준비'일 수 있지만, 중국의 현재 규정은 아직 이러한 수준에서 완전한 작동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L2 기술은 '손을 떼고 눈을 뗄 수 있는'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반면, L3 기술은 '손을 떼고 눈을 떼는' 주행을 가능하게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전 정의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기술에서 모든 도로를 달리는 완전 무인 자동차로의 큰 도약이 남아 있다.

관계자들은 더 많은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자동차가 중국 도로를 달리게 됨에 따라 안전과 책임을 포함하여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고 있다. 상하이 베인(Bain)의 자동차 기술 전문가 레이몬드 장(Raymond Tsang)은 "가장 큰 관심사는 확실히 안전이며, 기술은 타협할 수 없는 입증이 필요하다"며 "두 번째 (우려)는 보험과 책임이다: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보험 회사입니까, 아니면 제조업체 또는 소유자입니까? 이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중국이 미국을 앞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이 제공되는 속도를 정의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전 세계 경제와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크리스토프 베버는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에 각각 별도의 기술 플랫폼과 공급망, 연구 개발 팀을 갖는 '두 회사' 전략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결론적으로, 자율주행 시장의 미래는 밝지만, 기술적, 규제적, 윤리적, 그리고 지정학적 도전 과제들이 상존한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로봇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해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며, 그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다. 누가 이 '2차전'에서 승리하여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패권을 거머쥘지, 세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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