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스텔란티스 신임 최고경영자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 사진=스텔란티스
세계 4위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28일(현지 시각)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필로사는 내달 23일부터 공식 직무를 수행하며, 이사회 등재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도 곧 열릴 예정이다.
필로사는 25년 이상 자동차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피아트·푸조·지프 등 다수 브랜드의 성장을 주도했다. 남미 시장에서는 피아트를 점유율 1위로 끌어올렸고, 브라질 페르남부쿠 공장 설립을 통해 지프의 현지화에도 기여했다.
2023년에는 지프 글로벌 CEO에 올랐으며, 유럽 시장에서 ‘어벤저’ 모델을 앞세워 성과를 냈다. 2024년 말에는 아메리카 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 미국 내 조직 재정비 및 신차 전략을 진두지휘했다.
이사회 의장직은 존 엘칸(John Elkann)이 유지한다. 엘칸 의장은 “필로사는 스텔란티스 인재 자산을 깊이 이해하는 리더”라며 “최근 협업을 통해 그의 추진력과 식견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평했다.
필로사는 “100년 전통의 브랜드를 이끄는 기회를 얻게 돼 영광”이라며 “고객 중심 철학과 글로벌 구성원의 열정을 바탕으로 미래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조만간 글로벌 경영진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필로사의 발탁은 단순한 인사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동화·소프트웨어 전환이라는 거대한 격랑 속에서, 스텔란티스는 경영 수뇌부 교체를 통해 조직의 추진력을 다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전임 CEO 카를로스 타바레스 체제에서 이룬 14개 브랜드 통합, 비용 절감, 전기차 플랫폼 개발 등은 성과였으나, 미국 시장 내 일부 브랜드의 부진과 유럽에서의 점유율 정체 등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특히 최근 북미 내 ‘램’ 및 ‘지프’ 브랜드의 판매 둔화, 유럽 내 전기차 가격경쟁 심화 속에서, 필로사의 남미식 성장 전략과 실용주의적 리더십이 그룹 전체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필로사는 ‘효율과 실행’을 중시하는 경영자”라며 “스텔란티스 특유의 다국적 브랜드 혼성 구조를 정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인사는 전 세계적으로 대형 완성차 그룹들이 일제히 ‘후속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재확산’, GM과 포드는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을 꾀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소프트웨어·로보틱스 통합을 선언한 바 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에 접어든 가운데, 필로사의 스텔란티스는 시장 구조 재편의 선봉에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