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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합작 SAIC-GM, 쉐보레 중국 시장 철수 임박설

6년 연속 판매 감소.. 현지 전기차 전환 실패가 원인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5-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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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쉐보레 딜러십. 사진=SAIC-GM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내 쉐보레 딜러십. 사진=SAIC-GM
미국과 중국의 합작 회사인 SAIC-GM(상하이자동차-GM)이 중국 시장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거대 자동차 기업이었던 SAIC-GM은 시장 점유율 감소와 막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쉐보레(Chevrolet), 뷰익(Buick), 캐딜락(Cadillac) 등 3개 브랜드에 대한 '전략적 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현지시각) 카뉴스카이나에 따르면, 쉐보레는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쉐보레, 중국 시장서 '끝없는 추락'


쉐보레의 중국 내 판매량은 6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며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차이나 EV 데이터트랙커(China EV DataTracker)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쉐보레는 2018년 중국에서 64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했으나, 2023년에는 16만8588 대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것이 바닥이 아니었다. 2024년에는 판매량이 68.7% 감소한 5만2774 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상황은 2025년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쉐보레는 단 5314대만을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5.9% 급감한 수치다. 월평균 판매량은 약 1300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쉐보레 몬자(Monza)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카뉴스차이나 분석에 따르면, 이는 2018년 월평균 5만 4,300대에 비해 무려 97.6% 감소한 수치다.

신차 프로젝트 전면 취소, 생산 종료 임박


중국 현지 매체 Zaker 보고서에 따르면, SAIC-GM 내부 자료에는 코드명 C223 (순수 전기 SUV '트레일 EV'), C1YC-2 (플래그십 SUV), D2UC-2 ICE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등 정규 생산 시작(SORP) 전의 모든 쉐보레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기(사실상 취소)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또한, 현재 대량 생산되고 있는 모든 쉐보레 모델도 곧 생산 종료(EOP)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러한 신차 프로젝트들은 원래 2023년 말까지 중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쉐보레가 중국에서 직면한 문제들로 인해 출시되지 못하고 결국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이다. 이는 쉐보레가 중국 시장에서 미래를 위한 신차 출시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오토 차이나 2024 베이징의 쉐보레이미지 확대보기
오토 차이나 2024 베이징의 쉐보레


철수설 부인에도 '숨겨진 진실'은?


최근 보도에 대해 SAIC-GM의 루 샤오(Lu Xiao) 총괄 매니저는 "쉐보레 브랜드가 중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은 가짜 뉴스"라고 강력히 부인하며, "우리는 쉐보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 전문 매체 36kr은 SAIC-GM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루 샤오 총괄 매니저의 발언에 숨겨진 뜻이 있다고 폭로했다. 내부자는 "그의 '쉐보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의 숨은 뜻은 '쉐보레 기존 사용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며, "그는 SAIC-GM이 애프터 서비스 네트워크와 유지 보수를 인수할 것이라고 쉐보레 사용자에게 확신시키고 싶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는 쉐보레 브랜드 자체의 철수를 부인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에 대한 사후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전환 실패와 가격 경쟁 희생양


쉐보레의 중국 시장 실패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적응력 부족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보급률이 50%에 육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쉐보레는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쉐보레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불과했다. 또한, 중국 고객에게 제공하는 전기차 모델이 많지 않았고, 트레일블레이저 PHEV와 같이 출시된 모델들 역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쉐보레는 올해 상하이 오토쇼에도 불참했으며, 많은 딜러들이 사업을 접고 애프터 서비스 문제에도 직면하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끝나지 않는 가격 전쟁 속에서 쉐보레와 같은 '레거시 브랜드'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쉐보레의 사례가 중국 시장에서 전통적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얼마나 빠르게 도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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