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사 루시드(Lucid, LCID)가 자사의 '가장 미국적인 차량' 생산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고 4일(현지시각) 일렉트렉이 보도했다. 모든 차량, 구동 장치, 배터리 팩 및 모듈을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루시드는 최근 미국산 흑연에 대한 새로운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내 공급망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메이드 인 USA'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중형 모델을 통해 주춤하는 테슬라와 직접적인 경쟁을 선언하는 중요한 발걸음으로 해석된다.
루시드는 지난해 미국 전기차 제조사 최초로 미국 흑연 회사인 그래파이트 원(Graphite One)과 계약을 체결하며 역사를 썼다. 지난 수요일 체결된 새로운 다년 공급 계약은 이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며, 루시드와 미국에 본사를 둔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에 천연 흑연을 공급하게 된다.
그래파이트 원은 알래스카 놈(Nome) 바로 북쪽에 위치한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할 예정이며, 생산은 오하이오주에 계획된 활성 음극 재료(AAM) 공장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 천연 흑연은 2028년부터 루시드의 향후 출시될 차량에 사용될 예정이다.
루시드의 임시 CEO 마크 윈터호프(Marc Winterhoff)는 이러한 미국 공급망 확장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외부 요인이나 시장 역학에 대한 독립성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시라 리소스(Syrah Resources) 또한 2026년부터 루이지애나에 있는 생산 시설에서 루시드와 그 공급업체에 천연 흑연 AAM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달 회사 실적 발표에서 윈터호프 임시 CEO는 루시드가 "우리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과 구동 장치, 배터리 모듈 및 팩과 같은 주요 부품을 미국 애리조나에서 생산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회사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의 변화는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덧붙이며 유동적인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새롭게 확보된 흑연 소재는 루시드의 향후 중형 모델에 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루시드는 2026년 하반기에 중형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며, 루시드의 첫 두 중형 모델은 전기 SUV와 세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델들의 시작 가격은 약 5만 달러(약 68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피터 롤린슨(Peter Rawlinson) 전 CEO는 중형 플랫폼이야말로 "드디어 테슬라와 직접 경쟁할 때"라고 언급하며 강력한 경쟁 의지를 드러냈다.
당분간 루시드는 첫 번째 전기 SUV인 그래비티(Gravity)의 생산을 늘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루시드 그래비티 그랜드 투어링(Lucid Gravity Grand Touring)은 현재 9만4900 달러(약 1억2900만 원)부터 시작하며 최대 450마일(약 724km)의 주행 거리를 제공한다. 올해 말에는 7만9900달러(약 1억 원)의 가격으로 저렴한 투어링 트림이 라인업에 합류할 예정이다.
또한 루시드는 지난 6월, 2025년 모델 에어(Air) 세단에 대해 최대 3만1500 달러(약 4200만 원)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시작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테슬라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루시드의 추격에 더욱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CEO가 극우 이념을 수용하고 연방 정부 예산을 삭감하려는 시도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유럽과 중국의 판매 수치는 암울한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에서 1년 전보다 15% 적은 자동차를 판매했다. 유럽 전역에서도 5월 전기차 등록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 36%, 영국에서 45% 감소하는 등 여전히 자유낙하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