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다양한 자동차들이 공존하는 거대 시장이다. 하지만, 이 시장도 변한다. 다양한 세그먼트 중 스포츠카도 마찬가지다. 한때 ‘2만 달러의 드림카’였던 미아타, 이제는 3만 달러 시대가 됐다.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 4기통 터보와 하이브리드가 이끄는 ‘합리적 퍼포먼스’의 현주소도 달라졌다. 자동차 가격의 평균이 4만7000달러(한화 약 6500만 원)를 넘어서며, ‘저렴한 스포츠카’라는 말이 이제는 거의 수사에 가깝게 들린다. 2만5000달러 미만의 경쾌한 쿠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3만 달러 이하 모델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저렴하고 즐거운 드라이브”를 꿈꾸는 운전자를 위한 시장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6년형 라인업을 기준으로, 여전히 ‘합리적’이라 부를 수 있는 스포츠카 10여 종을 살펴봤다. 이제는 가격보다 ‘성능 대 가격비’가 이 세그먼트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마쓰다 MX-5 미아타 — $3만515 (181마력)
“정답은 언제나 미아타(Miata is always the answer).”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2.0리터 자연흡기 엔진, 6단 수동 변속기, 181마력이라는 수치가 전부를 말해주지 않는다. 1톤 남짓한 차체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주행감이 이 가격대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드탑 RF 버전까지 선택할 수 있지만, 진정한 미아타 팬이라면 여전히 소프트탑을 고른다.
토요타 GR86 — $3만1960 (228마력)
“적당한 출력, 후륜구동, 가벼운 차체 — 운전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 GR86은 미아타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조금 더 현실적인 균형을 갖췄다. 2.4리터 수평대향 엔진은 228마력, 184lb-ft의 토크를 내며, 후륜구동과 6단 수동(또는 자동)을 제공한다. 올해는 ‘유즈 에디션’이 새롭게 추가돼 밝은 노란색(Yuzu Yellow) 외장 컬러로 팬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혼다 시빅 Si — $3만2190 (200마력)
가족용 세단처럼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 터보 1.5리터 엔진으로 200마력, 192lb-ft를 내며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과 6단 수동이 기본이다. BOSE 사운드 시스템까지 포함되어 ‘실용적인 펀카’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포드 머스탱 에코부스트 — $3만3515 (315마력)
“가장 저렴한 머슬카”라는 수식어는 여전하다. 2.3리터 터보 4기통 엔진은 315마력을 내며, 10단 자동 변속기가 기본이다. 수동을 원한다면 GT로 올라가야 하지만, 기본형만으로도 후륜구동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폭스바겐 골프 GTI — $3만3670 (241마력)
“핫해치의 아이콘, 여전히 건재하다.” 2.0리터 터보 엔진, 7단 DSG, 241마력. 수동은 단종됐지만, 여전히 실용성과 운전 재미의 황금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프론트 구동만으로도 ‘운전의 즐거움’을 설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모델이다.
현대 아반떼 N — $3만5595 (276마력)
한국 브랜드가 만든 진짜 스포츠 세단이다. 2.0리터 터보 엔진, 최대 276마력, 6단 수동 또는 8단 DCT 선택 가능. 전륜구동임에도 불구하고 N 코너 카빙 디퍼렌셜, 전자제어 서스펜션, 탄탄한 차체로 ‘국산 고성능’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토요타 GR 코롤라 — $4만2495 (300마력)
3기통 1.6리터 터보가 300마력? 미쳤다 싶을 만큼 고집스러운 엔지니어링의 결정체다. 6단 수동, AWD, 그리고 8단 자동의 추가는 시대적 타협이지만, 여전히 ‘순수한 재미’를 간직한 몇 안 되는 해치백이다.
닛산 Z — $4만4215 (400마력)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퍼포먼스’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3.0리터 V6 트윈터보로 400마력, 350lb-ft를 내며, 수동과 자동 모두 선택 가능하다. 전통과 진화를 모두 품은 ‘진짜 스포츠카’ 중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
혼다 시빅 타입 R — $4만7090 (315마력)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인 고성능차”라고 일컫는다. 2.0리터 터보, 315마력, 6단 수동, 그리고 4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 화려하지 않아도 진짜 빠르다. 가격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열정이 만든 합리성’의 상징이다.
포드 머스탱 GT — $4만8555 (486마력)
“V8이 아직 남아 있다.” 5.0리터 자연흡기 엔진, 486마력. 수동 기본, 자동 선택 가능. 전통적인 머슬카의 마지막 방주이자, 5만 달러 이하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대배기량 후륜 스포츠카다.
자동차 가격이 치솟고 전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재미와 가성비’를 동시에 품은 스포츠카는 존재한다. 마쓰다 미아타가 상징하는 “합리적 즐거움”, 토요타 GR86이 보여주는 “순수한 후륜 감성”, 현대 아반떼 N이 증명한 “국산 퍼포먼스의 가능성”. 2026년에 3만~4만 달러대 스포츠카는 이제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자동차가 자동차일 수 있는 마지막 시대의 증인”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