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미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모델인 모델 3 세단과 모델 Y 중형 SUV의 저가형 기본 모델인 모델 3 스탠다드와 모델 Y 스탠다드를 깜짝 출시했다. 7일(현지 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금 공제 혜택(7500달러, 약 1000만 원) 만료 직후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해석된다. 경쟁 심화 속 테슬라의 대응책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반응은 싸늘했다. 발표 직후 테슬라의 주가는 4% 넘게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이 발표에 압도당했다고 평가했다. 스톤엑스(StoneX)의 거시 분석가 제임스 스탠리는 "모두가 예상했던 저가형 EV일 뿐"이라며 시장 반응을 요약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전에 저렴한 자동차 출시를 약속했다. 하지만 작년, 그는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하기 위해 저가 모델 계획을 포기했었다. 머스크의 계획은 자주 바뀐다.
이번 저가 모델 출시는 테슬라의 핵심 사업인 자동차 부문이 직면한 여러 압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정부 지원 삭감, 치열해지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경쟁, 그리고 머스크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소비자 반발까지 겹쳤다.
저가 모델로 세금 공제 손실분 만회 시도
새로 출시된 저가 모델들은 이전의 보급형 트림보다 가격이 낮다. 미국에서 모델 Y는 3만9990달러(약 5600만 원), 모델 3는 3만6990달러(약 5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기존 모델 대비 약 5000달러(약 700만 원)에서 5500달러(약 770만 원)가량 저렴해진 것이다.
테슬라 경영진은 미국 구매자에 대한 세금 공제 종료가 사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번 가격 인하는 이 세금 공제 손실분을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규 고객을 유인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7월에 인도량이 14% 급감하며 2분기 매출이 224억 달러(약 31조 6900억 원)로 12%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10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최근 기록적인 판매량은 보조금 종료 전 막차 수요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가 모델 출시는 시급한 과제였다.
테슬라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부 기능을 포기해야 했다. 새로 명명된 '스탠다드(Standard)' 모델들은 이전의 '롱 레인지(Long Range)'로 알려졌던 '프리미엄(Premium)' 트림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모델 Y 스탠다드, 외관 등 대폭 변화
인기가 높은 모델 Y에서 가장 많은 변화가 목격된다.
△외관 및 디자인: 헤드라이트와 후미등 사이를 가로지르던 라이트 바가 제거되었다. 전면 페시아(범퍼 등 앞부분 디자인)도 새로운 형태로 바뀌었다. 작은 18인치 휠이 기본으로 제공되어 승차감이 더 편안해질 수 있다. 차체 색상은 흰색, 검은색, 회색 세 가지로 제한되며, 회색만 추가 비용이 없다.
△실내: 실내는 눈에 띄게 간소화됐다. 좌석은 비건 가죽의 일부를 직물 인서트로 대체했다. 스티어링 휠은 전동식이 아닌 수동 조절식이다. 앞좌석 환기 기능과 뒷좌석 열선이 사라졌다. 특히 뒷좌석의 8인치 터치스크린이 잘리고 수동 통풍구만 남았다.
△성능: 배터리 용량이 약 10% 감소했다(69.5 kWh). 후륜 구동 모터 출력도 줄어들어, 60mph(약 96km/h) 도달 시간이 6.8초로, 프리미엄 모델(5.4초)보다 느려졌다. 슈퍼차징 속도 역시 250kW에서 225kW로 소폭 감소했다.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유리 지붕이다. 모델 Y 스탠다드는 여전히 유리 지붕을 사용한다. 하지만 천장 안감과 흡음재를 설치해 탑승객과 유리 사이를 차단했다. 실내에서는 유리 지붕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는 이것이 고정 금속 지붕을 새로 설계하는 것보다 비용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모델 3 스탠다드, 상대적으로 '적은 희생'
모델 3 스탠다드는 모델 Y만큼 많은 변화를 겪지 않았다.
△외관: 외관상으로는 새로운 공기역학적 휠 커버 외에는 프리미엄 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내: 모델 Y와 마찬가지로 직물 시트와 수동 조절식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모델 Y와 달리 파노라마 유리 지붕은 그대로 유지된다. 도어 포켓도 여전히 카펫 안감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화면은 사라지고 수동 통풍구와 USB-C 포트가 남았다.
△성능 및 주행 거리: 모델 3 역시 69.5kWh로 배터리 용량이 줄었다. 하지만 EPA 기준 주행 거리는 18인치 휠 기준으로 321마일(약 517km)로, 모델 Y 스탠다드와 동일하게 높게 유지된다. 0-60mph 가속 시간은 5.8초로 발표되었는데, 이 수치는 조금 혼란스럽다. 테슬라가 이전 롱 레인지 모델과 동일한 286마력을 주장하면서도 가속 시간은 더 느리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가장 환영받는 변화는 방향 지시등 레버의 부활이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스티어링 휠 버튼 대신, 스탠다드 모델에는 기둥 레버(스토크)가 다시 장착되었다. 운전자들은 반가워할 변화다. 이 레버는 향후 모든 2026년형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아이오닉 6 등 경쟁모델과 치열한 싸움 예고
모델 3 스탠다드는 프리미엄 버전보다 5500달러 저렴하다. 모델 Y 스탠다드는 프리미엄 버전보다 5000달러 싸다.
모델 3는 모델 Y보다 변경 사항이 훨씬 적다. 하지만 가격 차이는 모델 3가 더 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모델 3 스탠다드가 모델 Y 스탠다드보다 훨씬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저렴해진 이 모델들은 현대 아이오닉 6, 쉐보레 이쿼녹스 EV 등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모델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일 예정이다. 테슬라의 가격 방어가 시작되었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