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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냉전' 넥스페리아 사태, 글로벌 車 산업 '올스톱' 위기

중국, 반도체 보복성 수출 금지.. 유럽-미국 '10일~20일 셧다운' 공포 확산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10-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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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보복성 반도체 수출 금지로 인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사태의 중심에는 네덜란드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 넥스페리아(Nexperia)가 있다. 이 칩 부족 사태는 일주일 안에 두 대륙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22일(현지 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10일에서 20일 내에 전체 자동차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독일 자동차 산업 협회(VDA) 회장 힐데가르트 뮐러는 "이러한 상황은 심각한 생산 제한, 심지어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역시 "상당한 가동 중단 위험"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네덜란드 국유화 시도와 중국의 보복

이번 사태는 지정학적 긴장이 낳은 결과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2019년 중국의 윙테크 테크놀로지에 인수된 회사다.
갈등은 지난달 네덜란드 정부가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넥스페리아의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시작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냉전 시대 법까지 발동했다. 핵심 기술이 중국 모기업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안보상의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10월 초부터 넥스페리아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특정 상품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는 글로벌 마이크로프로세서 공급망의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은 강하게 경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넥스페리아의 중국 법인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네덜란드 나이메헌 본사 경영진의 지시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명령했다. 이는 사실상 본사의 경영권 통제를 무시하라는 지시다. 넥스페리아 차이나는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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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공장 중단 가능성 경고

넥스페리아가 만드는 칩은 차량의 전자 제어 장치(ECU)에 널리 사용된다. 이는 자동차 제조에 매우 중요한 핵심 부품이다. 이 부품이 없으면 차량 생산은 곧바로 멈춘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은 현재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상황의 역동적인 특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이다. 공장 중단 가능성에 대한 보도 후 프랑크푸르트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이번 여파는 유럽연합(EU)을 넘어 미국 제조업체에도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기업들 역시 넥스페리아 칩에 의존하는 소형 부품과 전자 제품을 통해 노출되어 있다.

자동차 제조·공급업체 비상 대응에도 한계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급업체는 정부 관리들과 위기 협상을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허를 찔렸던 업계는 이제 중국, 네덜란드, EU 집행위원회 관리들과 채널을 열었다. 수출 통제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생산 라인이 강제로 중단되기 전에 영향을 완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 스테판 브라첼은 "다른 공급업체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체 부품을 소싱하고 검증하는 데는 며칠이 아닌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업계는 경고한다. 짧은 시간에 대체 공급업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칩 금지 조치는 이달 말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무역 분쟁을 고조시켰다. 중국은 전기차에 중요한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 수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는 기술 패권 경쟁이 단순히 첨단 칩을 넘어 핵심 자원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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