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차세대 바디 온 프레임 전략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차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6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콘셉트카 ‘볼더(Boulder)’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이를 통해 향후 선보일 중형 픽업트럭과 오프로드 지향 SUV의 디자인 및 기술 방향성을 제시했다. 볼더는 현대차의 첫 바디 온 프레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셉트 모델로, 2030년까지 출시될 새 중형 픽업의 밑그림 역할을 맡는다.
볼더는 이름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 아웃도어의 상징성을 지닌 미국 콜로라도주의 도시 ‘볼더’에서 차명을 따왔고, 전체적으로는 각진 2박스 실루엣과 높은 차체, 강인한 비례감을 앞세워 정통 오프로더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 차량이 올해 뉴욕 오토쇼에서 선보인 새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반영한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에서 디자인된 이 차는 단지 쇼카에 그치지 않고, 향후 현대차 SUV와 픽업 라인업의 스타일링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성격도 지닌다.
차체 구조는 이번 볼더의 핵심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모노코크 기반 SUV와 픽업 성격의 싼타크루즈를 운영해왔지만, 정통 픽업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바디 온 프레임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볼더를 통해 향후 차세대 중형 픽업트럭에 대한 “선명한 디자인 방향성과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 플랫폼이 픽업뿐 아니라 오프로드 성향 SUV에도 폭넓게 활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최고경영진도 미국 시장 확장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볼더는 현대차가 미국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하려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바디 온 프레임 차량은 미국 문화의 근간이며, 현대차는 중형 픽업트럭 시장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콘셉트카 공개를 넘어, 미국 본토 브랜드와 일본 경쟁사들이 강세를 보여온 중형 픽업 시장에 현대차가 정면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디자인과 기능 요소는 정통 오프로드 SUV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다. 볼더는 가파른 접근각과 이탈각, 브레이크오버각을 확보해 험로 주행 능력을 강조했고, 계곡이나 수로를 건널 수 있을 정도의 도하 성능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여기에 37인치 머드 터레인 타이어와 테일게이트 장착형 풀사이즈 스페어타이어, 낮은 프로파일의 루프랙, 반사 소재가 적용된 견인고리와 도어 핸들 등도 적용됐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일반 고객뿐 아니라 오프로드 마니아까지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테일게이트와 실내 구성도 실용성과 개성을 함께 노렸다. 후면에는 양방향으로 여닫을 수 있는 더블 힌지 구조의 테일게이트와 전동식 하강 리어 윈도가 적용됐고, 코치 스타일 도어를 통해 승하차와 적재 편의성을 높였다. 실내는 레트로 퓨처리즘 감성을 바탕으로 대형 일체형 디스플레이 대신 작은 사각형 화면들과 물리 버튼, 노브를 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계기판 대신 전면 유리 하단에 차량 정보를 띄우는 풀폭 헤드업 디스플레이 형태도 눈길을 끈다. 손이 자주 닿는 부위에는 내구성 높은 소재를 적용했고, 오프로드 주행 중에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주요 기능을 물리 조작계로 배치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현대차는 아직 파워트레인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 플랫폼이 내연기관은 물론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까지 폭넓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무뇨스 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현대차가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차종을 18종으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EREV를 라인업에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전동화 속도 조절과 다변화된 수요 대응이 동시에 중요해진 만큼, 볼더 기반 플랫폼 역시 다양한 동력계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볼더를 두고 “바디 온 프레임 구조의 볼더는 고객들이 오랫동안 바라온 역동적인 오프로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네 바퀴로 쓴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