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랭글러는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아이콘이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시끄러운 차일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의 상징이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시승한 사하라(Sahara) 트림은 거친 오프로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도심 주행에서의 세련미와 편의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랭글러 본연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일상과의 타협점을 절묘하게 찾아낸 사하라의 매력을 직접 확인해 보았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여전하다. 7슬롯 그릴과 둥근 헤드램프는 지프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사하라는 루비콘과 달리 펜더 플레어와 하드탑이 차체 색상과 동일하게 마감되어 있어 한결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 대신 온로드 주행에 최적화된 올 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된 점도 도심형 오프로더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준다. 투박한 외형 속에 숨은 디테일들은 이 차가 단순히 산길만을 달리기 위한 도구가 아님을 시사한다.
실내는 현대적인 기술과 고전적인 디자인이 공존한다. 수직으로 세워진 대시보드와 윈드실드는 랭글러 특유의 개방감을 선사한다. 과거의 불편했던 편의 사양들은 이제 옛말이다. 큼지막한 터치스크린과 직관적인 버튼 구성은 사용하기 편리하며 스마트폰 연동 기능도 매끄럽게 작동한다. 가죽 시트의 착좌감은 예상보다 안락하며 곳곳에 적용된 소프트 터치 소재는 실내의 질감을 한 단계 높여준다. 거친 외부 모습과 달리 실내는 탑승자를 배려하는 정제된 공간으로 꾸며졌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면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힘이 느껴진다. 다운사이징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8단 자동 변속기와의 조합은 시원시원한 가속력을 뽑아낸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추월 가속 시 답답함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이다. 루비콘 모델이 거칠고 단단한 하체 반응을 보였다면 사하라는 훨씬 유연하고 부드럽다. 노면의 잔진동을 걸러내는 능력이 탁월해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감이 현저히 적다. 풍절음은 구조상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지만, 실용 영역대에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다.
사하라의 진가는 사륜구동 시스템인 셀렉-트랙(Selec-Trac)에서 발휘된다. 평소에는 후륜구동으로 효율을 챙기다가 필요시 자동으로 사륜에 힘을 분배하는 4H AUTO 모드는 비나 눈이 오는 도심 도로에서 높은 안정감을 준다. 물론 본격적인 험로 주행을 위한 4L 모드도 갖추고 있어 지프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돌파력을 보여준다. 도심에서는 편안한 SUV로, 주말에는 든든한 동반자로 변신하는 이중적인 매력은 사하라만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결국 지프 랭글러 사하라는 랭글러의 감성을 포기할 수 없으면서도 일상의 쾌적함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정답지다. 모든 것이 매끈하고 조용한 최신 전기차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엔진의 진동과 바람 소리를 즐기며 노면을 장악하는 감각은 오직 랭글러만이 줄 수 있는 유희다. 조금의 불편함조차 낭만으로 승화시킬 준비가 된 운전자라면 사하라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영역을 확장해 주는 특별한 존재가 될 것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