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혁명은 한때 끝없는 성장과 막대한 수익을 약속했다. 테슬라는 미래 기술과 팬덤으로 시장을 이끌었고, 중국 전기차 강자 BYD는 공격적인 확장과 파격적인 가격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은 이 이야기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익은 줄고 가격 전쟁은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가장 큰 이름조차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전기차를 '확실한 승리'로 보는 투자자들은 입장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3일(현지 시각) TradingView는 소비자들도 이제 전기차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매력, 왜 흔들리나?
테슬라의 완전 자율 주행(FSD) 소프트웨어는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구매자들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8000명 이상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FSD 때문에 테슬라를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35%가 구매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는 FSD를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회의론은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선다. 신뢰에 대한 문제다. 테슬라의 잦은 안전 리콜과 일론 머스크 CEO를 둘러싼 논란이 신뢰를 갉아먹었다. FSD는 아직 대규모로 그 효용이 입증되지 않았다. 여러 사고와도 연루되었다.
소프트웨어 비용을 지불한 많은 테슬라 소유자들은 소프트웨어 활성화를 거부한다. 한때 테슬라의 '왕관 보석'이었던 FSD 기술이 이제는 짐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테슬라의 성장은 이러한 혁신에 크게 의존하지만, 그 핵심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 주가도 이러한 정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2024년을 힘차게 시작했지만, 올해 들어 주가는 13% 하락했다. 마진이 줄고 브랜드 신뢰가 약화되면서 테슬라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 특히 BYD의 부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더욱 그렇다.
BYD, 매출 늘어도 이익은 급감하는 이유
BYD는 2분기 순이익이 거의 30% 급감했다고 보고했다. 63억 6000만 위안(약 1조 2400억 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2022년 초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여 2010억 위안(약 39조 2000억 원)에 달했다. 매출 성장은 있었지만 이익이 줄어든 것은 심각한 마진 압박을 드러낸다. BYD의 매출총이익률은 지난해 18.8%에서 2025년 상반기 18%로 하락했다. 이는 지리(Geely)나 체리(Chery) 같은 경쟁사에 비해서는 여전히 강한 수준이다. 하지만 하락 추세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BYD의 이익은 중국에서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이는 BYD 스스로가 촉발한 가격 전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BYD는 반복적으로 가격을 인하했고, 이는 이익 폭을 크게 줄였다.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새로운 정부 규제 준수였다. BYD는 공급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을 가속화해야 했다. 빨라진 지급은 현금 흐름과 운전자본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차입금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286억 위안에서 391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BYD가 배터리와 운전자 보조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연구 개발 비용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국내 압력 속에서도 해외 판매는 밝은 부분이다. BYD의 해외 매출은 2025년 상반기에 50% 급증했다. 유럽 등록은 7월에만 225% 증가했다. BYD는 브라질, 호주, 유럽 등에서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외 성장조차 국내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격 전쟁, EV 산업을 마비시키나?
핵심 문제는 BYD나 테슬라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 전체 전기차 부문에 해당한다. 전기차 소매 가격은 2년 동안 약 19% 하락했다. 이 가격 전쟁은 소비자에게는 이익이지만, 산업 전체의 이익을 파괴하고 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경고했다. 지속적인 할인이 공급망과 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자동차의 명성을 위협하는 '쥐 경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단속은 현재 업계에서 일상화되고 있는 지속 불가능한 가격 인하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반응하고 있다. 포르쉐는 최근 완전한 EV 전환을 연기했다. 하이브리드와 내연 기관으로 다시 돌아섰다. 오펠(Opel)은 2028년 EV 전용 목표를 포기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량을 쫓는 전기차 회사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이익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가격 책정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다면 시장 리더조차도 붕괴될 위험이 있다.
이 시장 변화의 진정한 승자와 패자는 누구?
테슬라와 BYD는 여전히 가장 큰 이름이다. 하지만 둘 다 균열을 보인다. 테슬라는 손상된 브랜드와 의심스러운 기술 베팅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BYD는 판매량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치열한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이익을 희생했다.
한편, 일부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싸움을 피함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그들은 꾸준한 현금 흐름을 위해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ICE) 차량에 의존한다. 이들 브랜드는 전기차 관련성을 잃지 않고 보다 현실적인 속도로 성장한다. 이 전략은 테슬라와 BYD를 파괴하는 변동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기회는 해외 시장에 있다. BYD의 공격적인 국제적 확장은 글로벌 시장이 국내 약세를 어떻게 완충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브라질, 유럽, 호주에서 BYD는 경쟁력 있는 가격과 브랜드 인지도 향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
투자자들은 무엇을 얻어야 할까?
전기차 시장 이야기는 더 이상 보장된 기하급수적인 성장이나 압도적인 기술 과대광고에 관한 것이 아니다. 어려운 경제적 현실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투자자는 판매량이나 미래 지향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수익성, 대차대조표,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해야 한다.
테슬라의 FSD 문제는 브랜드 강점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BYD의 이익 압박은 시장 리더조차도 치열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나타낸다. 가격 전쟁은 모든 플레이어의 마진을 잠식하여 기업들이 더 많은 차입을 하고 비용을 절감하도록 강요한다.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기업은 수익성 있게 성장하고, 비용을 통제하며, 전 세계적으로 다각화할 수 있는 기업이다. BYD의 해외 진출은 현명한 조치다. 하지만 실행과 비용 상승에 위험이 따른다. 테슬라는 신뢰를 재구축하고 프리미엄 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기술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EV 시장은 더 이상 일방적인 베팅이 아니다. 마진, 현금 흐름 및 경쟁 전략에 대한 신중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EV 성장의 다음 단계는 과대 광고가 아닌 규율에 대한 보상이 될 것이다. 이익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