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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눈 덮인 도로는 캔버스가 된다, 겨울을 지배하는 '설원(雪原)의 명작' 5선

공포의 빙판길을 ‘놀이터’로 바꾸다... 겨울 왕국을 지배하는 기술의 정점들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5-11-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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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100 CS 모델이 스키 슬로프를 등반하고 있다.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100 CS 모델이 스키 슬로프를 등반하고 있다. 사진=아우디
겨울은 자동차에게 가장 가혹한 계절이다. 낮아진 기온은 배터리와 엔진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도로 위에 도사린 눈과 블랙아이스는 타이어의 그립을 앗아간다. 누군가에게 겨울철 운전은 '이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이 될 수도 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탑승자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안락함, 미끄러운 노면을 쇳덩이처럼 움켜쥐는 기계적 신뢰성, 그리고 랠리(Rally) 무대에서 입증된 민첩한 운동 성능을 갖춘 차들이 필요한 때다. 본격적인 동장군의 기세가 시작된 지금, 눈 덮인 도로를 캔버스 삼아 우아한 궤적을 그려낼 5대의 명작을 소개한다.

아우디 RS6 아반트 사진=아우디이미지 확대보기
아우디 RS6 아반트 사진=아우디

겨울의 지배자, 그 시작과 끝: 아우디 RS 6 아반트 (Audi RS 6 Avant)

‘겨울 자동차'를 논할 때 아우디의 '콰트로(Quattro)'를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광고 한편으로 전 세계에 사륜구동 승용차의 시대를 알린 아우디는 여전히 눈길 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다.

그중에서도 RS 6 아반트는 아우디 콰트로 기술의 집약체다. 낮은 무게중심을 가진 왜건(Wagon) 형태에 기계식 토크 벡터링 기술이 적용돼 있다. 미끄러지는 바퀴의 동력을 억제하는 소극적인 방식을 넘어, 접지력이 살아있는 바퀴에 엔진의 힘을 85%까지 몰아주는 적극적인 구동 배분이 차를 안정적으로 밀어붙인다.

600마력의 괴물 같은 출력을 네 바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눈밭에 쏟아낼 때, 운전자는 공포 대신 짜릿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넉넉한 적재 공간에 스키 장비를 싣고 알프스 산맥을(혹은 강원도 대관령을) 가장 빠르게 주파할 수 있는 차, 그것이 바로 RS 6 아반트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사진=랜드로버이미지 확대보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사진=랜드로버

설원 위에 지어진 움직이는 궁전: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Range Rover)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차 안에서만큼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평온함을 원한다면 정답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리지만, 사실 레인지로버의 진가는 미끄러운 눈길과 진흙에서 발휘된다.
레인지로버의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는 노면 상태를 초당 수백 번 모니터링한다. 운전자가 굳이 '눈길 모드'를 선택하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눈, 얼음, 젖은 풀밭을 감지하고 엔진 반응, 변속 타이밍, 디퍼렌셜 잠금 장치를 최적화한다. 특히, 에어 서스펜션은 두껍게 쌓인 눈 위를 요트가 파도를 타듯 부드럽게 넘어가게 해준다.

포르쉐 911 다카르 사진=포르쉐이미지 확대보기
포르쉐 911 다카르 사진=포르쉐

랠리(WRC)의 유산을 품은 럭셔리 스포츠: 포르쉐 911 다카르 (Porsche 911 Dakar)

스포츠카는 겨울에 쥐약이라는 편견을 버려라. 포르쉐 911 다카르는 다르다. 이 차는 매끈한 서킷이 아니라, 자갈밭과 모래, 그리고 눈 덮인 몬테카를로 랠리의 험로를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1984년 파리-다카르 랠리 우승 모델인 953의 정신을 계승한 이 모델은, 현존하는 스포츠카 중 가장 강력한 '전천후(All-Weather) 병기'다.

일반 911보다 지상고를 50mm 높였고, 리프트 시스템을 쓰면 30mm를 더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장착된 '랠리(Rally) 모드'는 후륜에 더 많은 동력을 보내 눈길에서 의도적인 드리프트를 허용한다. 가벼운 차체는 눈길 위에서 춤을 추듯 경쾌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포르쉐의 사륜구동 시스템(PTM)과 랠리 기술의 결합은 눈길을 정복하는 가장 빠르고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3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만, 눈 덮인 고갯길에서 이보다 즐거운 차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볼보 XC90 사진=볼보이미지 확대보기
볼보 XC90 사진=볼보

북유럽의 혹한이 빚어낸 안전: 볼보 XC90 (Volvo XC90)

겨울 운전의 본질은 결국 '안전'으로 귀결된다. 눈이 많이 내리는 스웨덴에서 태어난 볼보는 태생부터 겨울에 최적화된 유전자를 지녔다. 플래그십 SUV XC90은 그 정점에 서 있다.

볼보의 AWD 시스템은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미끄러짐의 즉각적인 수습'에 초점을 맞춘다. 바퀴가 헛도는 순간 0.1초도 안 되어 구동력을 다른 바퀴로 보내 자세를 잡는다. 하지만 XC90이 겨울에 빛나는 진짜 이유는 '사람을 배려하는 기술'에 있다.

특히 '파일럿 어시스트'는 눈으로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앞차와의 간격과 도로의 흐름을 읽어내며 운전자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가족을 태우고 겨울 여행을 떠난다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선택지다.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이미지 확대보기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시간을 거스르는 오프로드의 아이콘: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G-Class)

첨단 전자 장비가 난무하는 시대에도, 묵묵히 기계공학의 힘으로 겨울을 돌파하는 차가 있다. 일명 'G바겐'이라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다.

G-클래스의 상징은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3개의 버튼, 바로 '3단 디퍼렌셜 락(Differential Lock)'이다. 전륜, 후륜, 그리고 중앙의 차동기어를 모두 잠그면, 바퀴 하나만 땅에 닿아 있어도 탈출이 가능하다. 이것은 그 어떤 전자식 제어 장치보다 확실하고 강력한 오프로드 솔루션이다.

깊게 쌓인 눈웅덩이나 빙판 언덕길에서 G-클래스는 헛바퀴를 허용하지 않는다. 투박하지만 견고한 사다리 프레임 바디는 어떤 충격도 흡수하며 묵직하게 전진한다. V8 엔진의 고동 소리와 함께 눈길을 짓누르며 나아가는 G-클래스의 주행 감각은 '정복' 그 자체다. 남들이 멈춰 선 폭설 속에서 유유히 길을 개척하고 싶다면, G-클래스가 유일한 답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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