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최근 토크가 꺾인 듯한 흐름이 감지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기아 EV3로 5000대 이상 판매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보조금 적용 시 3000만 원대 초반의 실속형 가격과 도심형 SUV의 실용성을 내세운 게 주효했다.
뒤를 이어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2700대 이상), 그리고 수입 전기차 대표 격으로 테슬라 모델Y(약 2000대)가 올랐다. 이외에도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BMW iX3, 폭스바겐 ID.4 등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충전 인프라 확대와 다양한 프로모션 덕분에 국산·수입차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하다.
단일 모델 누적 판매 기준 1위는 현대 아이오닉5다. 2021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41만7천 대가 등록됐고, 글로벌 기준까지 포함하면 E‑GMP 전기차 플랫폼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E‑GMP 기반의 기아 EV6, 아이오닉6, 제네시스 GV60, EV9도 누적 2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전기차 대중화의 바탕이 됐다. 수입차 중에서는 테슬라 모델3·Y가 합산 10만 대를 넘겼고, BMW iX3, i4, 메르세데스-EQ, 볼보 리차지 계열 등이 꾸준히 시장을 넓히고 있다.
전기차 총 누적 등록 대수는 2024년 말 기준 68만4000대로, 2020년(약 13만 대)에서 5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2년간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2022년부터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22년 약 16만5000대에서 2023년 16만3000대(약 –1%)로 줄어들었고 다시 2024년 14만47대로 –13.9% 감소했다. 일부 전기차 고급화·충전소 안전 문제·보조금 축소가 맞물린 결과다.
이른바 ‘EV 캐즘(성장 정체기)’은 전 세계 공통 현상이지만, 한국에서 특히 감소한 배경은 “국내 소비심리, 충전 인프라 및 보조금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리콜 및 안전 이슈도 수요 위축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전기차 전환이 정체된 시기”라는 평가도 있다.
제조사는 ID.5·폴스타2처럼 자체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고, 리스·장기렌트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충전 기반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정책적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는 가격뿐 아니라 잔존 가치, 브랜드 신뢰성, 충전 편의성을 중요하게 따지며 더 신중한 구매 방식을 보이는 추세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