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3를 타기 직전, RS3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이 차를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점이 됐다. RS3는 아우디가 가진 기술력과 퍼포먼스를 응축해 보여주는 상징 같은 모델이다. 5기통 엔진 특유의 폭발적인 출력,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섀시, 그리고 ‘RS’라는 이름이 주는 감각적 과잉까지.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같다. 이 감각을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얼마나 자연스럽게 꺼내 쓸 수 있느냐는 것.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A3다.
A3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태도가 다르다. RS3가 운전자를 자극하며 긴장하게 만든다면, A3는 한 발짝 물러서서 “편하게 타도 된다”고 말한다. 그 편안함이 곧 재미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A3는 일상 주행 환경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가장 자주, 가장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핸들링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조향감은 가볍고 즉각적이지만, 인위적인 빠름은 없다. 차체는 운전자의 입력에 과장 없이 반응하며, 코너 진입과 탈출 과정에서 차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가 명확히 느껴진다. RS3처럼 노면을 ‘찍어 누르는’ 방식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 자연스러움이 도심과 와인딩 로드에서 더 큰 자신감을 만든다. 콤팩트한 차체 덕분에 차의 끝단이 손에 잡히듯 느껴지고, 좁은 도로나 주차 상황에서도 부담이 적다.
출력 성향 역시 A3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수치상으로는 분명 RS3와 큰 격차가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 차의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순간은 거의 없다. 저회전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토크, 변속기와의 매끄러운 호흡은 ‘필요한 만큼의 힘’을 정확히 제공한다. 풀스로틀을 열지 않아도 충분히 경쾌하고, 오히려 이 여유 덕분에 운전자는 차를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다루게 된다. RS3가 특정 순간에 강렬한 쾌감을 준다면, A3는 매 순간에 걸쳐 꾸준한 만족감을 준다고 해야겠다.
서스펜션 세팅도 인상적이다. 노면 여과 능력은 우수하면서도, 차가 흐느적거린다는 느낌은 없다. 방지턱과 요철을 넘을 때의 반응은 단정하고, 고속 주행 시 차체는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한다. 콤팩트 세단이면서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도가 낮은 이유다. 스포츠성과 일상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뤄냈다.
인테리어는 아우디 특유의 정제된 감각이 잘 드러난다. 운전자 중심으로 살짝 기울어진 센터 디스플레이, 시인성이 뛰어난 디지털 계기판, 그리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기능 위주의 구성임에도 충분히 프리미엄한 분위기를 만든다. 소재의 마감이나 버튼 조작감에서도 ‘엔트리’라는 단어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차급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느낌이다.
편의사양 역시 일상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종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차로 유지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은 장거리 주행에서 운전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정숙성 역시 만족스럽다. 고속도로 주행 시 풍절음과 노면 소음은 잘 억제돼 있으며, 차급을 고려하면 상당히 차분한 성향이다.
RS3와 A3를 단순히 성능으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두 차는 애초에 목표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RS3가 아우디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모델이라면, A3는 그 기술을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물. 그래서 A3는 특별한 날보다 아주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거 같다. 출퇴근길, 주말의 짧은 드라이브, 도심 속 이동에서 이 차는 언제나 ‘딱 좋은’ 기분이니 가장의 책임감을 살짝 내려놓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