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1951년 첫선을 보인 이후, 세계 최초의 혁신 기술을 꾸준히 선보이며 럭셔리 세단의 기준을 제시해 온 플래그십이다. 한국에서 S-클래스의 역사는 수입차 시장의 태동과 맞닿아 있다. 1987년 수입차 개방 이후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 판매를 시작하며 S-클래스가 본격적으로 소개됐고, 이 가운데 560SEL(W126)은 ‘국내 최초 공식 수입 고급 세단’으로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당시 가격은 1억7000만원으로, 소형차 약 45대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S-클래스는 곧 ‘회장님 차’, ‘성공의 상징’이라는 별칭과 함께 부와 권위를 대변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역시 S-클래스를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의 정수가 집약된 모델”로 정의하며, 한국 시장에서 플래그십의 위상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19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형 승용차 수입이 허용되면서 수입차 시장의 문이 열렸다. 이듬해 1월, 당시 공식 수입사였던 한성자동차는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를 시작했다. 첫해 판매 대수는 11대에 불과했지만, 불과 2년 만에 1293대로 급증하며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560SEL은 ‘외제차 신화’라는 표현을 낳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외제차를 과소비와 사치로 보는 시선도 존재했지만, 재계와 관료 사회에서 S-클래스는 곧 권위와 성공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벤츠는 1990년대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차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는다.
1991년 등장한 3세대 W140은 ‘과시적 럭셔리’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형 차체와 이중 접합 유리, V12 엔진 등은 당시 최고급 세단의 정점을 상징했다. 국내에는 1990년대 중반 일부 모델이 그레이 마켓을 통해 유입됐으며,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 부유층의 선호를 받았다. 이 시기 W140은 한국 사회에서 최고급 승용차의 대명사로 통했다.
1998년 등장한 4세대 W220은 이전 세대의 육중함을 덜어내고 곡선 위주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화를 꾀했다. 국내에는 2003년 정식 출시됐으며, 에어 서스펜션과 ABC(능동형 바디 컨트롤), 상시 사륜구동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기술을 대거 도입했다. 보닛 위 대형 삼각별 엠블럼과 큼직한 그릴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플래그십의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W220은 수입 대형 세단 시장의 주류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2005년 공개된 5세대 W221은 ‘품격 있는 최고급 세단’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프리세이프(Pre-Safe) 시스템, 넥 프로액티브 헤드레스트, 나이트 뷰 어시스트 등 안전·편의 사양이 대폭 강화됐다. 국내에는 2005년 10월부터 판매가 시작됐으며, 2009년 이후 V6 디젤 모델이 추가되며 선택 폭도 넓어졌다. 이 시기 S-클래스는 정치·재계·문화계를 아우르는 상징적 모델로 자리 잡았고,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W221 S65 AMG를 애용한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3년 등장한 6세대 W222는 ‘플래그십의 정통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매직 바디 컨트롤, 진보한 반자율 주행 보조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대거 탑재하며 ‘세계 최고의 세단’을 목표로 개발됐다. 2014년에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가 추가되며 초고급 세단 시장까지 아우르게 된다. W222는 출시와 동시에 수입 대형 세단 시장 1위에 올랐고, 국내에서는 디젤과 가솔린, AMG 모델까지 폭넓은 라인업이 운영됐다.
2020년 공개된 7세대 W223은 디지털 전환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대형 MBUX 터치스크린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본 적용하고, 충돌 시 차체를 들어 올리는 액티브 서스펜션 등 첨단 안전 기술을 도입했다. 한국 시장에는 2021년부터 순차 출시됐으며, 2023년 말 기준 S-클래스 누적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단일 수입 세단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한국 사회에서 S-클래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성공의 아이콘’으로 기능해 왔다. 재계와 정치권은 물론, 배우 정준호와 소지섭 등 연예계 인사들에게도 사랑받으며 시대별 최고급 세단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이렇게 S-클래스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최고층의 욕망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며,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해 온 ‘최고만을 만든다’는 철학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