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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열전] 펜스 너머의 유혹, 한국 도로가 아직 허락하지 않은 글로벌 명차들

리비안의 야성부터 루시드의 우아함까지, 우리가 해외 시승기만 뒤적이는 이유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2-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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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안 R2 사진=리비안이미지 확대보기
리비안 R2 사진=리비안
한국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 제조사들이 가장 탐내는 테스트 베드이자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모인 곳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전 세계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국산차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이곳에서 수입차 브랜드의 성패는 곧 글로벌 경쟁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 시장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편중이 심해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 중인 개성 넘치는 브랜드들이 발을 들이기 어려운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2026년 현재 해외 도로를 누비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오직 유튜브 영상이나 해외 기사로만 접할 수 있는 ‘금단의 열매’ 같은 브랜드들의 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전기차 시대의 파타고니아, 리비안이 그리는 야생의 로망

가장 먼저 한국 소비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주인공은 단연 미국의 리비안이다. 리비안은 단순히 배터리로 가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를 정의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픽업트럭인 R1T와 대형 SUV R1S는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의 테슬라’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리비안의 디자인은 여타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날렵함이나 위압감과는 궤를 달리한다. 동그란 수직형 헤드램프는 마치 친근한 로봇의 눈동자를 연상시키며 이 차가 자연과 인간을 잇는 도구임을 암시한다.
2026년 리비안은 보다 대중적인 중형 SUV R2를 시장에 내놓으며 제2의 도약을 맞이한다. R1 시리즈의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의 도로 환경에도 적합한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차체 옆면을 관통하는 ‘기어 터널’이나 캠핑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빌트인 조리 기구 등은 리비안이 얼마나 사용자의 경험에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캠핑 인구가 급증하며 험로 주행과 적재 공간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는 지금 리비안의 부재는 국내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루시드 그래비티 사진=루시드이미지 확대보기
루시드 그래비티 사진=루시드

루시드가 제안하는 럭셔리의 새로운 표준과 기술적 완벽주의

리비안이 거친 대자연을 향한다면 루시드는 도심 속 가장 세련된 기술의 정점을 지향한다. 루시드를 이끄는 피터 롤린슨은 테슬라 모델 S의 수석 엔지니어 출신으로 전기차의 효율성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물인 루시드 에어는 2026년 현재까지도 양산형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 거리와 압도적인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1회 충전으로 800km를 상회하는 이들의 기술력은 단순히 배터리를 많이 넣어서가 아니라 모터의 소형화와 공기역학적 설계의 승리다.

최근 인도를 시작한 대형 SUV 그래비티는 루시드의 기술적 우위가 공간으로 전이된 결과물이다. 칭호 그대로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매끄러운 가속감과 1열부터 3열까지 어느 좌석에서도 타협 없는 개방감을 선사하는 글라스 루프는 기존 럭셔리 브랜드들을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한국 시장에서 벤츠 EQS나 BMW i7이 주도하는 플래그십 전기 세단 시장에 루시드가 투입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초고성능 모델인 사파이어 에디션의 엄청난 가격표와 까다로운 서비스 망 구축 문제는 여전히 루시드와 한국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만드는 걸림돌이다.

링크앤코 08 사진=링크앤코이미지 확대보기
링크앤코 08 사진=링크앤코

볼보의 DNA와 Z세대의 감성을 섞은 링크앤코의 파격
유럽의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치는 링크앤코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낯선 브랜드다. 볼보와 지리자동차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브랜드는 볼보의 안전 철학과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디자인과 마케팅은 철저히 젊은 세대의 취항에 맞췄다. 이들은 차를 단순히 소유하는 대상이 아니라 ‘구독’하는 서비스로 접근해 전 세계 자동차 유통 구조에 균열을 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신의 차를 이웃과 공유하고 매달 일정 금액을 내며 필요할 때만 차를 바꿔 타는 방식은 유럽의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2026년형 링크앤코 07과 08 모델은 디자인 면에서도 절정에 달했다는 찬사를 받는다. 낮게 깔린 보닛과 수직으로 뻗은 데이타임 러닝 라이트는 링크앤코만의 날카로운 인상을 완성한다. 실내는 스웨덴 특유의 미니멀리즘에 화려한 디지털 요소를 얹어 마치 고급 게이밍 라운지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르노코리아를 통해 간접적인 기술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링크앤코라는 이름표를 단 순수 모델들이 한국 도로에 직접 상륙하지 않는 것은 국내의 보수적인 자동차 유통 관행과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제조사의 조심스러운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쿠프라 라발 사진=쿠프라이미지 확대보기
쿠프라 라발 사진=쿠프라

스페인의 질주 본능, 쿠프라의 강렬한 존재감

독일 폭스바겐 그룹의 기술력에 스페인의 뜨거운 감성을 얹은 브랜드 쿠프라는 미출시 브랜드 중 가장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원래 세아트의 고성능 라인업이었던 쿠프라는 이제 당당히 독립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전 세계 젊은이들의 심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의 상징인 구리색 로고는 도로 위에서 그 어떤 엠블럼보다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2026년 초 글로벌 시장에 데뷔하는 전기 해치백 '라발(Raval)'은 쿠프라의 미래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폭스바겐 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차고를 낮추고 가변 댐퍼를 적용해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비록 아직 한국 진출에 대한 공식적인 확답은 없으나 국내 타이어 업체들과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고 스포티한 SUV인 포멘터에 대한 국내 애호가들의 지지가 상당한 만큼 도입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알핀 A290 사진=알핀이미지 확대보기
알핀 A290 사진=알핀

프랑스의 전설 알핀, 2026년 한국 상륙의 깃발을 올리다

국내 자동차 팬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프랑스 르노의 고성능 브랜드 알핀이다. 알핀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프랑스 레이싱 역사의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다. 2026년 출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 만약 가능하다면, 알핀은 브랜드의 100% 전동화 전환을 선언하며 한국 시장에 '매일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이게 된다. 핫해치 스타일의 전기차 A290과 스포트백 스타일의 A390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특히 알핀의 엔지니어들은 전기차 특유의 무거운 배터리 무게를 극복하고 특유의 경쾌한 핸들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신한다. 르노코리아의 탄탄한 서비스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상륙할 알핀은 포르쉐가 독점하다시피 한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지커 7X 사진=지커이미지 확대보기
지커 7X 사진=지커

중국 프리미엄의 습격, 지커가 보여줄 반전의 기술력

편견을 깨고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중국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 역시 2026년 한국 진출을 확정 지었다. 지리 홀딩 그룹 산하의 지커는 볼보, 폴스타와 기술적 토대를 공유하며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일 모델은 중형 전기 SUV인 '7X'다.

지커 7X는 테슬라 모델 Y를 정조준한 모델로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충전 속도와 645마력에 달하는 괴물 같은 출력을 자랑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결함과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춘 지커는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까지 저격하며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한국 법인 설립과 판매사 계약을 마친 상태로 2026년 상반기부터는 우리 도로 위에서 지커의 로고를 직접 마주한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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