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원(Formula One, F1)은 매년 새로운 시즌을 치르지만, 그 무대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겹쳐 있다. 1950년 시작된 이 스포츠는 브랜드의 흥망성쇠가 기록되는 연대기다. 어떤 브랜드는 황금기를 만들었고, 어떤 브랜드는 좌절 끝에 재도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2026년, 규정 대개편을 앞두고 또 한 번의 시대 전환이 시작된다.
Ferrari — 1950년부터 이어진 유일한 이름
페라리는 F1 출범 첫해인 1950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해온 유일한 팀이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미하엘 슈마허와 함께 5년 연속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만들었다. 2008년에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에 오르며 마지막 팀 타이틀을 기록했다. 이후 우승과 재도전을 반복하고 있지만, 페라리에게 F1은 여전히 브랜드의 심장이다. 하이브리드 기술과 공력 설계 노하우는 도로용 슈퍼카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Mercedes-AMG Petronas Formula One Team 2026 시즌 참가 모델 사진=메르세데스-벤츠
Mercedes-AMG Petronas Formula One Team — 하이브리드 시대의 지배자
2014년 F1이 V6 터보 하이브리드 시대로 전환되자, 메르세데스는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판을 장악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 연속 드라이버 챔피언(루이스 해밀턴 6회, 니코 로즈버그 1회)을 배출했고, 같은 기간 8년 연속 컨스트럭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2020년 W11 머신은 F1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머신 중 하나로 평가된다. 메르세데스는 이 시기를 통해 ‘전동화 기술 리더’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레드불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세바스찬 베텔과 함께 4년 연속 더블 타이틀을 차지하며 첫 전성기를 열었다. 이후 메르세데스 시대를 지나 2021년 막스 베르스타펜이 드라이버 챔피언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고, 2022년과 2023년에는 압도적 성적으로 다시 한번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2023년 RB19는 시즌 22경기 중 21승을 거두며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제 레드불은 2026년을 대비해 자체 파워유닛 개발에 나서며 ‘완성차형 팀’으로 변신하고 있다.
맥라렌은 1988년 아일톤 세나·알랭 프로스트 시절 16전 15승이라는 전설적인 시즌을 남겼다. 1998년과 1999년에도 챔피언을 차지하며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침체를 겪은 뒤, 최근 몇 년간 다시 상위권 경쟁에 복귀하며 재건에 성공하고 있다. 맥라렌은 F1 기술을 도로용 슈퍼카에 적극 이식하는 대표적 브랜드로, 카본 모노코크 기술 역시 F1에서 다듬어졌다.
애스턴마틴은 2021년 팀명을 바꾸고 본격적인 재도전을 시작했다. 2023년에는 페르난도 알론소가 여러 차례 포디움에 오르며 존재감을 되찾았다. 과거 F1과 거리를 두었던 럭셔리 브랜드가 다시 그리드에 선 것은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2026년부터는 새로운 파워유닛 파트너와 함께 더 큰 도약을 노린다.
Audi — 2026년의 핵심 변수
아우디는 2022년 F1 진출을 공식 선언했고, 2026년부터 파워유닛 공급자로 합류한다. 르망 24시와 WEC에서 다수의 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전동화 비중이 커지는 신형 규정에서 기술적 강점을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아우디의 전기차 브랜드 전환과 맞닿아 있다.
캐딜락은 2026년 이후 F1 진입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최근 미국에서 F1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자국 브랜드의 참여는 상징성이 크다. 북미 시장 중심이던 이미지를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려는 행보다.
>> F1은 2000년대 초 페라리의 시대를 거쳐, 2010년대 초 레드불, 그리고 2014년 이후 메르세데스의 독주로 이어졌다. 2020년대 들어 다시 레드불이 왕좌를 차지했다. 이처럼 시대는 바뀌었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F1은 브랜드의 기술력과 철학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하는 무대라는 점이다.
2026년 새로운 규정은 또 다른 챔피언을 탄생시킬 것이다. 그 이름이 누구일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승리는 곧 미래 자동차 기술의 방향을 암시하는 신호탄이 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