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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렉서스 ES 300h, 전기차 시대에도 통하는 ‘클래식 럭셔리’의 품격

시간을 거슬러 온 고급 세단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3-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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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 300h 사진=렉서스이미지 확대보기
렉서스 ES 300h 사진=렉서스
요즘 차들은 ‘최첨단’이라는 단어로 가득하다. 거대한 디스플레이, 화려한 그래픽, 제로백 경쟁, OTA 업데이트…. 전기차 시대의 프리미엄은 점점 기술적 과시로 흘러간다. 하지만 이번에 타본 렉서스 ES 300h는 다른 길을 가는 듯하다. 이미지는 왠지 미래라기보다 전통에 가깝다. 그렇다고 구식은 아니다. 오히려 ‘정제된 클래식’에 가깝다는 게 기자 생각이다. 고급스러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세단이다.

ES의 차체는 길고 낮다. 전장 4975mm, 휠베이스 2870mm. 수치만 보면 중대형 세단의 정석이다. 과도한 캐릭터 라인이나 과격한 장식 대신, 부드러운 면과 절제된 비율로 고급감을 표현다. 스핀들 그릴은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날카로움보다 안정감에 가깝다.

렉서스 ES 300h 인테리어 사진=렉서스이미지 확대보기
렉서스 ES 300h 인테리어 사진=렉서스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조용함이다. 두툼한 도어와 치밀한 방음 설계는 외부 소음을 깔끔하게 차단한다. 가죽과 우드 트림의 질감은 과하지 않다. 번쩍이는 크롬 대신 따뜻한 소재 마감이 중심을 잡는다.

최신 디지털 장비가 없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 등 필요한 장비는 모두 갖췄다.

다만,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화면은 화려하게 튀지 않고, 그래픽은 차분하다. 버튼 배치는 직관적이다. 기술을 드러내기보다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이 점이 ES 지닌 ‘클래식한 고급’ 핵심이다.

후륜구동은 아니지만, 주행 질감만 놓고 보면 쉽게 전륜구동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렉서스 ES 300h는 기본적으로 전륜구동 기반 세단이다. 그러나 스티어링 응답과 차체 밸런스, 그리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매끄러운 토크 전달이 어우러지며 후륜구동 못지않은 세련된 퍼포먼스를 완성한다.

코너 진입 시 앞머리가 무겁게 쏠린다는 인상은 거의 없다. 차체는 안정적으로 노면을 따라가고, 조향은 과도하게 예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정확하다. 전륜 특유의 언더스티어 성향은 일상 영역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차체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는 듯한 일체감이 인상적이다.

가속 과정도 자연스럽다.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만들어내는 218마력의 시스템 출력은 폭발적이라기보다 정제된 힘에 가깝다. e-CVT 특유의 이질감은 상당 부분 억제되어 있고, 속도가 올라갈수록 힘이 고르게 이어진다.

스포츠 세단처럼 과격하게 몰아붙이기보다는, 고급 세단이 갖춰야 할 정숙하고 우아한 가속 질감을 추구한다. 이 점이 바로 ES의 정체성이다.

결국 ES 300h의 퍼포먼스는 ‘드라이버 중심의 날 것’이라기보다 ‘승객 중심의 완성도’에 가깝다. 그리고 그 완성도는 후륜구동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약 17~18km/L 수준. 실제 도심 주행에서는 20km/L에 근접한 수치도 어렵지 않다. 프리미엄 세단이면서도 유지비 부담을 낮춘다.

ES 300h의 진짜 가치는 승차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노면 충격은 한 번 더 걸러진다. 서스펜션은 부드럽지만 흐트러지지 않는다. 코너에서 날카롭게 파고드는 스포츠 세단은 아니다. 대신 차체는 안정적으로 중심을 유지한다. 운전자가 긴장할 필요가 없다.

전기차가 프리미엄의 상징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최신’을 원하는 건 아니다.

ES 300h는 기술 과시 대신 완성도를 택한다. 화려함 대신 정제됨을, 극단적 성능 대신 균형을 선택한다. 클래식한 럭셔리란 결국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ES 300h는 그 답에 가까운 세단이다. 전동화 과도기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안정적인 프리미엄 세단. ‘있을 건 다 있고, 과한 건 없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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