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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기자의 으랏차차] 패밀리 SUV에 스포티함까지… 르노 ‘필랑트’가 노린 틈새는?

정숙성·공간·하이브리드 효율 갖춘 크로스오버, 그랑 콜레오스와 다른 매력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6-03-1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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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필랑트 주행 사진=르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필랑트 주행 사진=르노코리아
경주에서 만난 르노코리아의 신차 필랑트는 첫인상부터 남다르다. 차를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단순하다. “역시 크다. 근데 왜 커?”

르노라는 브랜드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작은 차가 생각나기 마련이라서다. 유럽스러움을 좋아한다면 이차는 별로일 수 있다. 작고 경쾌하고 도시적인 차. 그게 바로 르노다. 필랑트는 이 고정관념을 깬다.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차체는 길고 크며 멋지고 존재감도 강하다. 전장만 봐도 거의 5m에 가깝다. 체격만 놓고 보면 사실상 대형 SUV급이다.

물론, 큰 차를 미덕으로 여기는 국내 소비자 취향을 생각하면 분명 제대로 먹힐 전략이다. 다만, 단순히 ‘큰 차’라는 걸로 내세우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번 경주 시승회에서는 그 점을 파헤쳐봤다.
필랑트는 그랑 콜레오스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성격은 다르다. 중간 기착지에서 잠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개발진도 “두 차의 타깃 고객층이 명확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랑 콜레오스가 전통적인 패밀리 SUV라면 필랑트는 좀 더 젊고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고객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디자인도 훨씬 공격적이다. 루프라인은 낮게 흐르고 차체 비율은 길다. SUV라기보다는 패스트백 세단에 가까운 실루엣. 차체는 크지만 자세는 낮고 길게 뻗어 있다.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크로스오버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후면 디자인이 가장 흥미롭다. 개발진은 공력 성능을 위해 리어 와이퍼를 없애고 공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스트림라인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멋을 위해서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주행하면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특징 중 하나는 정숙성이다. 이 부분은 개발진도 상당히 강조했다. 필랑트에는 모든 트림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기본 적용됐고

여기에 엔진룸과 도어, 바닥 등 차체 곳곳의 방음 구조를 강화, 게다가 글라스 적용도 늘렸다. 실제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진동이 꽤 잘 억제돼 있다. 장거리 이동에서 편안함을 강조한 세팅이다.

필랑트는 그랑 콜레오스보다 분명 더 스포티하다. 특히 스포츠 모드 세팅을 크게 손봤다. 개발자들은 그랑 콜레오스의 스포츠 모드가 기대보다 차이가 크지 않다는 피드백이 있어 필랑트에서는 반응성을 더 강하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속 반응이 훨씬 적극적이다.
르노 필랑트 개발 팀원들이 기자들과 Q&A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르노 필랑트 개발 팀원들이 기자들과 Q&A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육동윤 기자

파워트레인도 일부 개선됐다. 최고출력 증가폭은 크지 않지만, 최대 토크는 약 9% 증가했고, 여기에 배터리 에너지 관리 전략을 조정해 전기 모터가 가속이나 오르막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했다.

체감 가속은 그랑콜레오스보다 훨씬 매끄럽다. 브레이크 감각도 다르다.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종종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는 브레이크 이질감인데, 필랑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원박스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복잡한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었다는 게 핵심 포인트다. 회생 제동과 유압 제동이 섞이는 구간에서 나타나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실제 주행에서도 브레이크 감각은 꽤 자연스러운 편이다.

필랑트에는 새로운 전장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기존 모델과 달리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하나의 구조로 통합되면서 데이터 일관성이 높아졌다. ADAS 시스템도 개선됐는데, 하드웨어는 동일하지만, 센서 위치와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튜닝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다.

이 차는 분명 르노가 만든 차다. 하지만 동시에 꽤 한국적인 차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르노도 “Born in France, Made in Korea”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자신감이 만들어낸 훌륭한 문구다. 차체는 크고 공간은 넉넉하며 승차감은 편안하고 하이브리드 효율도 강조한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요즘 한국 소비자들이 SUV에서 기대하는 요소를 거의 그대로 담았다. 르노 하면 작은 차가 생각나지만, 그래도 지금은 시장에서 르노가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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