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M 무쏘 EV를 마주하면 고정관념이 흔들린다. 픽업트럭이라고 하면 흔히 거칠고 크고 불편한 차를 떠올리기 쉽다. 짐을 싣기에는 좋겠지만 일상에 부담스러운... 다만, 무쏘 EV는 그 익숙한 공식이 살짝 흐려진다. 적재함을 등에 얹고도 첫인상은 생각보다 말끔하다. 특히 흰색 차체는 무쏘 EV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색 중 하나인 거 같다. 투박한 작업차의 분위기보다 잘 정돈된 전기 SUV 같은 인상이 먼저 들어온다. 여기에 수평형 LED 주간주행등과 간결한 전면부 구성, 과하게 힘주지 않은 차체 면 처리가 더해지면서 “생각보다 세련됐다”는 느낌이다. ‘픽업’과 ‘세련’이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완성이다.
무쏘 EV의 가장 큰 장점은 픽업이 지녀야 할 쓰임새를 유지하면서도, 타는 사람에게는 최대한 승용차처럼 다가오는 거다. 실내에 들어서면 그 의도가 더 분명해진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내비게이션이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마 와이드 스크린은 괜찮은 가성비 요소다. 디스플레이로 보여지는 360화면 화질은 꽤 나쁘지 않다.
2열 공간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쏘 EV는 단지 앞자리만 그럴듯하게 꾸민 차가 아니다. 중형 SUV 이상 수준을 겨냥한 2열 공간 구성과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기능은 “픽업은 뒷자리가 불편하다”는 편견을 상당 부분 덜어낸거 같다. 가족과 함께 타거나 동승자를 자주 태우는 사람에게는 이 부분이 의외로 크게 다가온다. 패밀리카 후보군에서 픽업을 애초에 제외했던 소비자라면, 무쏘 EV는 그 생각을 바꿔볼 만한 몇 안 되는 모델일 거 같다. 여기에 1·2열 통풍 및 열선 시트, 전동시트, 무선 충전, 듀얼존 공조,
OTA 같은 편의장비까지 갖추고 있으니 실제 사용 감각은 점점 더 SUV에 가까워진다.
주행 성격 역시 마찬가지다. 무쏘 EV는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응답성과 조용한 움직임이 강점이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차체가 무겁게 반응하기보다 전기차답게 부드럽고 경쾌하게 움직인다. 최고출력 207마력이라는 수치가 아주 자극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체감하는 힘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무쏘 EV의 매력은 숫자보다 전달 방식에 있다. 소란스럽게 몰아붙이기보다 여유 있고 안정적으로 속도를 쌓아가는 타입이다. 도심에서는 부드럽고, 고속 주행에서도 차분하다.
승차감은 이 차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무쏘 EV는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해 전통적인 프레임 타입 픽업보다 한층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노렸다. 실제로 노면 충격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지나치게 튀거나 덜컹거리기보다 비교적 차분하게 정리되는 쪽에 가깝다. 픽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승차감이라면, 무쏘 EV는 그 진입장벽을 꽤 낮춘다. 정숙성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라는 기본적인 이점 위에 NVH 설계를 꼼꼼히 손본 덕분에, 실내 분위기는 상상 이상으로 얌전하다. 픽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 차를 타면 가장 먼저 놀라는 것도 아마 이 부분일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편하다”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다고 무쏘 EV가 픽업의 본질을 놓친 차는 아니다. 적재함은 여전히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든다. 최대 500kg까지 실을 수 있고, 캠핑 장비나 자전거, 서핑보드, 공구류 같은 짐을 부담 없이 실을 수 있다. 테일게이트는 200kg 하중을 버텨 성인 두 명이 걸터앉기에도 충분하다.
전기차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80.6kWh 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했고, 2WD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00km다. 수치만 놓고도 일상용으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인데, 여기에 급속 충전과 V2L 기능까지 더해 활용성이 넓다. 특히 V2L은 무쏘 EV의 캐릭터와 잘 맞는다. 야외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장면, 캠핑지에서 간단한 조명이나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장면, 작업 현장에서 소형 장비를 쓰는 장면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