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상징과도 같은 해치백 골프가 완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차세대 9세대 골프(Mk9)는 순수 전기차로 개발되고 있으며, 현행 내연기관 기반 골프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형태로 함께 판매될 전망이다. 출시 시점은 적어도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스페인 현지 언론은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브랜드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차세대 골프 개발 상황을 전했다. 셰퍼 CEO는 “프로젝트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처음 실물 크기 모델을 봤을 때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 고위 경영진 회의에서 해당 차를 무대에 올렸을 때도 모두가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디자인 방향은 이미 상당 부분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카이 그뤼니츠 폭스바겐 브랜드 기술개발 총괄은 “새 전기 골프의 디자인은 이미 96~97% 완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골프4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현대적이고 시대를 타지 않는 모습”이라며 “처음 비례 모델을 봤을 때 너무 완성도가 높아 더이상 손대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이 언급한 ‘골프4’는 브랜드 역사에서 상징성이 큰 모델이다. 단정하고 명확한 비례, 군더더기 없는 조형미로 골프 디자인의 기준점으로 꼽혀 왔다. 차세대 골프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면,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다소 실험적으로 흐르던 디자인 기조를 정리하고 다시 ‘누가 봐도 골프다운 골프’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플랫폼 전략은 이원화된다. 전기 골프는 폭스바겐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SSB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며, 현행 골프 계열은 MQB Evo 플랫폼을 유지한 채 PHEV 모델로 명맥을 이어간다. 다시 말해 한동안 시장에서는 전기 골프와 전동화된 내연기관 골프가 동시에 판매되는 투트랙 체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폭스바겐이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도 골프라는 이름의 연속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골프는 단순한 차명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를 상징하는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셰퍼 CEO는 차세대 골프에 대해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단연 최고”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싶었던 차를 팀이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내놨다.
이 과정에서 폭스바겐그룹 디자인 총괄로 자리를 옮긴 안드레아스 민트의 역할도 주목된다. 셰퍼 CEO는 민트를 두고 “독특한 사고방식과 긍정적인 태도로 조직 전체를 바꾼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민트 역시 앞서 “20년 뒤에도 골프는 골프여야 한다”며 “배지를 모두 떼어내도 누구나 골프로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잡한 장식보다 순수하고 간결한 형태, 그리고 골프의 역사에서 가장 좋은 디테일만 남기는 방향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차명 전략도 다시 관심을 끈다. 최근 폭스바겐은 숫자 중심의 전기차 네이밍에서 보다 익숙한 이름 체계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ID.3의 후속 성격 모델이 ‘ID.골프’로 불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셰퍼 CEO는 선을 그었다. 그는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ID.3는 골프가 아니다”라며 “차를 개선했더라도 여전히 ID.3 계보에 속하며, 새 이름이 필요해 결국 콘셉트카 명칭이었던 ‘네오(Neo)’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육동윤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