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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에서 느낀 이탈리아의 낭만"...더 완벽해진 V8 GT의 진화, '페라리 아말피'

-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순수한 조각상'…거친 일반 도로마저 안락하게 감싸는 640마력 V8 GT
- 에어로다이내믹을 우아하게 숨긴 '샤크 노즈' 실루엣…프런트 리프터로 방지턱 스트레스 지운 데일리 페라리
- 복잡성 덜어낸 순수한 디자인과 프라이빗 듀얼 콕핏…동승자까지 배려한 럭셔리 그랜드 투어러
- 돌아온 물리 버튼의 짜릿한 손맛과 110kg 다운포스 누르는 액티브 윙, ABS 에보의 조화

최태인 기자

기사입력 : 2026-06-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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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아말피'. 사진=최태인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페라리 '아말피'. 사진=최태인 기자
이탈리아 남부의 아말피 해안처럼 푸른 하늘의 강원도 인제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페라리 '아말피(Amalfi)'를 만났다. 페라리 로마(Roma)로 시작된 '라 누오바 돌체 비타(La Nuova Dolce Vita, 새로운 달콤한 인생)' 여정의 정점을 찍는 이 모델은, 이름 그대로 이탈리아 남부 해안의 눈부신 에너지와 여유를 듬뿍 머금고 있다. 서킷에서 랩타임을 깎아내는 하드코어 머신이 이닌, 일상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달콤하고 숙성된 와인 같은 페라리. 인제의 굽이진 공도에서 완벽한 GT(그랜드 투어러)가 보여줄 매력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페라리 아말피의 내·외장부터 살펴봤다. 먼저 아말피의 외장 디자인은 복잡성을 철저히 덜어낸 '순수한 아름다움' 그 자체다. 정지해 있는 모습만 바라봐도 짙은 관능미가 흘러넘친다. 최근 다수의 유럽 자동차 전문지들이 아말피의 디자인을 두고 "페라리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의 우아한 혁명", "도로 위를 달리는 현대 미술품"이라 극찬한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전면부는 페라리의 과감한 혁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프론트 미드십 GT의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 비율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과감히 삭제했다. 기존 모델인 로마보다 한층 정제되고 기품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차체와 동일한 색상의 밴드 아래 헤드램프와 각종 센서를 통합시킨 '샤크 노즈(Shark Nose)' 형태를 완성해, 마치 이음새 없이 통으로 깎아낸 듯한 매끄러운 조각상 같은 볼륨감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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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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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두 개의 거대한 볼륨이 기하학적으로 맞물리며 빚어낸 날렵한 쐐기 형태의 프로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제의 쏟아지는 햇살이 유려한 펜더 라인을 따라 흐를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굴절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후면부는 철저히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거대한 디퓨저나 과격한 스포일러 대신, 차체를 넉넉하게 감싸는 수평 라인과 그래픽적인 절개선 안에 테일램프를 교묘하게 숨겼다. 디테일을 다듬으면서 확실히 로마보다 깔끔하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더 살아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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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이탈리안 최고급 가죽과 정교한 스티칭, 그리고 알칸타라가 아낌없이 둘러진 프라이빗 라운지가 탑승자를 맞이한다. 운전자와 동승자를 각각 독립적으로 포근하게 감싸는 '듀얼 콕핏' 구조는 장거리 여정을 위한 페라리의 완벽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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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가장 먼저 두 손을 반기는 것은 새롭게 다듬어진 스티어링 휠이다. "눈은 도로에, 손은 스티어링 휠에"라는 철학을 되살려, 운전 중 직관성이 다소 떨어졌던 터치 패널들을 과감히 걷어내고 '물리 버튼'을 대거 부활시켰다. 스티어링 휠 하단에 자리한 붉은색 엔진 시동 버튼 역시 물리적인 버튼 형태로 돌아온 것이 제일 좋았다. 버튼을 깊게 누르는 순간 손끝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촉각적 피드백은 페라리의 심장을 직접 깨운다는 감성적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시인성이 뛰어난 수평형 터치스크린이 자리 잡았으며, 조수석 앞쪽의 패신저 디스플레이와 실내를 가득 채우는 부메스터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페라리 '아말피'. 사진=최태인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페라리 '아말피'. 사진=최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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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차량을 둘러보고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탑승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보닛 아래에서 3.8L 트윈 터보 V8 엔진(F154)이 묵직하고 기품 있는 바리톤 사운드로 귀를 즐겁게 한다. 주행을 시작하며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 자리한 페라리의 상징, '마네티노(Manettino)' 다이얼을 '컴포트(Comfort)'에 뒀다.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77.5kg·m의 거친 심장을 품었음에도, 꽉 막힌 도심 구간이나 시골길의 저속 주행에서 더욱 정교해진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기어를 한없이 부드럽게 넘기며 유연하게 움직인다.

페라리 '아말피'. 사진=최태인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페라리 '아말피'. 사진=최태인 기자

하지만 아말피의 진짜 가치는 인제 공도의 본격적인 와인딩 코스와 탁 트인 고속 구간에서 폭발했다. 먼저 한적한 산길에 접어들어 마네티노 다이얼을 '스포츠(Sport)'로 돌리는 순간, 차의 성격이 극적으로 변한다. 스로틀 반응은 신경질적일 만큼 예민해지고 배기음의 피치는 한 옥타브 치솟는다. 중저속 코너가 연속되는 굽이진 구간, 스티어링 휠 뒤편의 큼직한 카본 패들 시프트를 튕기자 기어가 즉각적이고 날카롭게 맞물린다. 다운시프트 시 엔진 회전수를 정확하게 띄워주는 레브 매칭(Rev-matching) 사운드도 아드레날린을 증폭시켰다.

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더 놀랐던 점은 이렇게 정교하고 빠른 변속 과정 속에서도 GT카 특유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이스카처럼 척추를 때리는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럽고 끈적하게 다음 코너로 차체를 밀어 넣는다. 특히, 296 GTB에서 가져온 'ABS 에보(EVO)' 시스템의 진가는 단연 서킷에서도 좋겠지만, 공도에서도 엄청난 빛을 발했다.

도로 곳곳에 숨어있는 미세한 포트홀 등 불규칙한 노면에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도, 시스템이 찰나의 순간 제동력을 최적으로 배분하며 한 치의 궤적 이탈 없이 프론트를 노면으로 꽂아 넣는다. 또한 코너 탈출 시 가속 페달을 조금 일찍 전개해도 전자식 트랙션 제어 시스템이 이질감 없이 개입해 엄청난 신뢰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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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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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고속도로 크루징 구간에 진입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터보차저의 최대 회전수를 171,000rpm까지 끌어올린 엔진이 2톤에 가까운 차체를 단 3.3초 만에 시속 100km 위로 가볍게 던져버린다. 속도계 바늘이 아찔한 영역을 가리킬 무렵, 아말피의 비장의 무기가 전개된다. 평소에는 매끈한 차체 라인 속에 완벽하게 숨겨져 있던 '액티브 리어 윙'이 주행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하이 다운포스(High Downforce)' 모드로 솟아오른다.

시속 250km에서 무려 110kg의 추가 다운포스를 차체 후미에 짓누른다. 일반적인 도로의 미세한 굴곡을 고속으로 밟고 지나가도 차체가 허공에 뜨는 느낌 없이 노면에 끈끈하게 밀착된다. 압도적인 에어로다이내믹스에 경이로운 포용력을 지닌 서스펜션의 마법까지 더해지니, 극도의 고속 주행 중에도 불안함은 온데 간데 없이 시종일관 평온했다.

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페라리 '아말피'. 사진=페라리코리아

페라리 아말피는 당장이라도 끝없는 해안 도로를 달리고 싶게 만드는 가장 완벽하고 낭만적인 파트너였다. 640마력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코너를 베어 무는 날카로움을 품었음에도, 액티브 리어 윙과 정교한 전자장비를 통해 거친 일반 도로의 수많은 변수들을 우아하게 다스릴 줄 아는 타협 없는 밸런스를 이뤄냈다. 평범한 출퇴근길부터 장거리 여행까지, 도로 위 모든 순간을 달콤하게 만들어줄 럭셔리한 데일리 페라리다.

여기에 업계 최고 수준인 7년 메인터넌스 프로그램의 든든함까지 안고 있는 페라리 아말피는, 현존하는 그랜드 투어러 중 가장 매혹적인 정답지다.


최태인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choiti1991@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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