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열리며 500마력, 600마력을 우습게 넘기는 고출력 SUV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스티어링 휠을 쥐고 한계치까지 몰아붙여 보면, 2톤이 훌쩍 넘는 배터리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둥대는 차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폴스타가 자사의 플래그십 SUV '폴스타 3(Polestar 3)'에 당당히 '퍼포먼스(Performance)'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과연 그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 폴스타코리아 초청으로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이번 행사는 온로드(공도), 짐카나, 서킷 주행까지 총 3가지 세션으로 치밀하게 짜여 있었다. 기자가 속한 그룹은 C그룹으로 마침 운전 스킬이 뛰어난 베테랑 기자들이 대거 포진됐다.,우리 C그룹은 가장 먼저 '짐카나' 세션을 시작으로 듀얼모터를 타고 나가는 '공도 주행', 그리고 퍼포먼스 모델로 트랙을 공략하는 '서킷 주행' 순서로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폴스타 3는 무거운 전기 SUV의 한계를 보란 듯이 깨부수고 뼛속까지 달릴 줄 아는 차임을 증명했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폴스타 3의 내외장을 살펴봤다. 폴스타 3의 외장디자인은 실물로 마주했을 때 더욱 낮고 넓게 깔린 스탠스가 압권이다. 일반적인 대형 SUV 특유의 껑충함이 전혀 없다.
먼저 전면부를 보면, 내연기관의 상징이었던 라디에이터 그릴 자리는 레이더와 각종 센서를 품은 '스마트 존'으로 대체됐다. 특히, 보닛 앞쪽에 뚫려 있는 '프론트 에어로 윙'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주행 중 공기 흐름을 매끄럽게 제어해 저항을 줄이는 핵심 에어로다이내믹 요소로 신선한 강렬함을 선사한다. 헤드램프는 볼보 EX90과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만큼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DRL)이 적용됐지만 보다 날렵하고 독창적인 램프 그래픽과 스포티한 범퍼 및 공기흡입구 등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뒀다.
측면부는 전장 4,900mm, 휠베이스 2,985mm에 달하는 듬직한 체격이지만, 전고를 1,615mm로 극단적으로 낮춰 마치 쿠페형 SUV나 해치백을 보는 듯 날렵하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과 프레임리스 사이드 미러는 세련미와 모던함을 더해주고, 22인치 휠은 폴스타 3의 자세를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후면부는 'ㄷ'자 형태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테일램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체 후측면 양쪽에 자리한 에어로 블레이드와 리어 에어로 윙까지, 시각적 안정감과 공기역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한 황금비율로 녹여냈다.
실내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이 극대화됐으며, 볼보 EX90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확실히 폴스타 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입힌 분위기다. 1열은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14.5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가 차량의 모든 기능을 통제한다. 또 스티어링 휠 너머의 얇은 디지털 계기판과 플로팅 타입 센터 터널은 넓은 시야와 넉넉한 수납공간을 제공한다. 물리 버튼을 극도로 줄여 하이테크한 분위기를 낸다.
2열은 3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 덕에 레그룸이 상당히 넓다. 머리 위를 덮는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는 버튼 하나로 투명도를 조절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돕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충격은 오디오다. 총 25개 스피커와 1,610W 출력을 자랑하는 바워스&윌킨스(B&W)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는데, 액티브 로드 노이즈 캔슬링으로 고요해진 실내를 단숨에 콘서트홀로 바꾼다.
특히, 플로(FLO)와 애플뮤직을 통한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그리고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나 '예테보리 콘서트홀 모드'를 활성화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최근 많은 프리미엄 차량을 시승해 봤지만, 적어도 카오디오에서는 볼보 EX90과 이번 폴스타 3가 생태계 최강자라고 단언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폴스타 3 듀얼 모터가 최고출력 544마력, 최대토크 740Nm를 발휘하며 제로백은 4.7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86km로 여유롭다. 또 폴스타 3 퍼포먼스는 최고출력 680마력, 최대토크 870Nm의 가공할 힘을 뿜어낸다. 특히, 앞바퀴(299마력)보다 뒷바퀴(381마력)에 출력을 강하게 몰아주는 후륜 중심 세팅으로,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3.9초 만에 주파한다.
무엇보다 국내 사양은 초기 글로벌 스펙인 400V 시스템이 아닌, 800V 아키텍처로 업그레이드됐고 최대 350kW 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22분 만에 충전 가능하다. 여기에 '4-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비롯한 '듀얼 챔버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또는 선택 사양으로 제공된다.
차량을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시승을 시작했다. C그룹의 첫 번째 관문은 러버콘을 지그재그로 통과하며 차량의 상하좌우 밸런스를 극한으로 테스트하는 짐카나 세션. 사실 2.5톤에 육박하는 대형 SUV로 짐카나 코스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출발 신호와 함께 거칠게 차체를 던져 넣자, 폴스타 3는 선입견을 비웃듯 날카롭게 콘 사이를 질주했다.
극단적인 슬라럼 상황에서도 좌우로 쏠리는 롤링 현상도 기가 막히게 억제돼 보다 자신감 있게 차를 다룰 수 있었다. 직관적이고 쫀득한 스티어링 휠의 핸들링 감각, 그리고 노면을 끈적하게 움켜쥐는 22인치 피렐리 P제로 타이어의 그립감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아드레날린을 한바탕 쏟아낸 뒤, '폴스타 3 듀얼 모터'를 타고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용인 미르스타디움 옥외주차장까지 왕복 약 32km 구간의 공도 시승에 나섰다. 가벼운 와인딩과 고속주행, 도심 정체가 섞인 코스였다.
방금 전 짐카나에서 맹수 같았던 차가 공도에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고급 패밀리 SUV로 돌변했다.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은 너무 무르지도, 불쾌하게 딱딱하지도 않은 탄탄하고 묵직한 안정감을 황금비율로 세팅해 냈다.
요철을 밟아도 차체 베이스는 평형을 유지한다. 아울러 이중 접합 유리와 꼼꼼한 방음(NVH) 설계 덕분에 고속도로에서의 풍절음이나 로드노이즈가 완벽에 가깝게 차단됐다. 특히, 뻥 뚫린 도로에서 '애비 로드 스튜디오 모드'로 음악을 들어며 주행하던 시간은 이번 시승의 또 다른 백미였다.
마지막은 시승의 하이라이트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 시승으로, 최고출력 680마력의 강력한 '폴스타 3 퍼포먼스' 모델과 함께 코스인 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엄청난 펀치력이 시트를 강하게 밀어붙인다. 하지만 가속력보다 놀라운 건 예리한 브레이킹과 코너링 탈출 능력이었다. 고속으로 직선을 찢고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스웨디시 골드 캘리퍼를 품은 브렘보 브레이크가 차체를 바닥에 꽂듯 든든하고 정확하게 속도를 걷어낸다.
특히, 코너 진입 후 탈출 시 가속 페달을 열 때, 후륜에 집중된 출력이 뒤를 묵직하게 밀어주며 언더스티어를 지워버린다. 서스펜션은 가장 단단하게 조여져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고,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을 1mm의 오차도 없이 따라가는 직관적인 움직임에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스트레이트에서는 특별히 콘을 일정 간격으로 세워두고 중고속 슬라럼 코스도 준비됐었는데, 역시나 노면을 꽉 움켜쥐며 콘 사이사이를 정확하게 빠져나갔다.
또 이날 서킷 세션에서는 안전을 위해 쿨링을 포함한 4~5바퀴 정도로 트랙 주행이 이뤄졌는데, 우리 C그룹은 선두 인스트럭터 차량의 궤적을 빠르고 정확하게 쫓았다. 급기야 무전기 너머로 인스트럭터의 감탄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C그룹 기자님들, 잘 타시네요! 이번 행사 기간동안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2랩 더 돌고 복귀하겠습니다".
인스트럭터의 칭찬과 함께 탄력을 받은 우리 조는 예정보다 2바퀴나 더 서킷을 질주했고, 그렇게 7바퀴를 거침없이 몰아붙였음에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피트인했다.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는 격렬한 서킷을 2바퀴나 더 돌며 폴스타 3 퍼포먼스의 지칠 줄 모르는 트랙션과 섀시 내구성을 체감하고 나니, 이 차가 가진 진짜 퍼포먼스의 매력에 완전히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폴스타 3는 단순히 모터 출력만 높여놓고 고성능을 주장하는 흔한 전기차가 아니다. 짐카나에서의 기민함, 공도에서의 쾌적함과 정숙성, 서킷에서의 폭발적인 퍼포먼스와 내구성까지, 모든 상황에 맞춰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똑똑하고 완벽한 스포츠 SUV다. 뛰어난 섀시 밸런스와 에어 서스펜션의 조화는 포르쉐 카이엔과 같은 내로라하는 고성능 내연기관 SUV들의 턱밑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영혼을 흔드는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까지 갖췄으니, 프리미엄 패밀리 SUV로서의 가치도 흠잡을 데 없다.
폴스타 3의 트림별 국내 판매 가격은 리어 모터 7790만원, 듀얼 모터 8590만원, 퍼포먼스 9990만원부터 시작한다. 흔들림 없는 고성능 패밀리 전기 SUV를 원한다면, 현재로선 폴스타 3 퍼포먼스가 가장 완벽한 정답에 가깝다.
최태인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choiti19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