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관세 위협이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토요타와 혼다의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11%, 12% 하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일본은 멕시코에 이어 미국 자동차 수입 2위 공급국으로, 연간 150만 대, 400억 달러(약 58조 5000억원) 규모의 차량을 미국에 수출한다. 중국의 전기 자동차 혁신으로 인해 아시아 시장에서 기존 입지가 약화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5%의 수입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일본 자동차 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은 뛰어난 외교력과 미국 내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3일(현지시각) 외신이 보도했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내에서 연간 3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며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미국 최대의 외국인 직접 투자국으로, 누적 투자액이 8000억 달러(약 1170조원)에 달한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대체 투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이다.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을 최고의 투자 대상지로 여기고 있으며, 미국은 성장하는 유일한 선진 경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수출 확대 정책에 부응할 수 있다.
일본은 과거 미국의 무역 압박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위기를 극복해온 경험이 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며 무역 마찰을 완화했고, 현 총리 역시 워싱턴 방문을 통해 투자 확대와 에너지 협력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고 하이브리드 차량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기술에 강점을 가진 토요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닛산은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으며, 재정 상황도 좋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정책 특성을 고려할 때, 일본 자동차 업계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외교력과 투자 규모, 그리고 하이브리드 시장에서의 강점을 고려할 때,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도 충분하다.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